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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토사 덮친 고랭지 배추밭 1주일 넘게 방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일대 태풍 하이선 피해 복구 지연

◇지난 15일 오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한 고랭지 배추밭이 태풍으로 쏟아진 토사에 묻힌 채 1주일 넘게 방치돼 있다.

“인근 임도서 토사 유출 반복”

농민들 피해 원인 지목

임도 관리 산림품종관리센터

“현장조사 후 복구 진행할 것”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배추밭이 잇단 태풍으로 쏟아진 토사에 묻힌 후 방치되고 있다. 특히 배추밭 인근 임도가 토사와 낙석 유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인재(人災)'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왕산면 대기리의 한 배추밭은 태풍이 할퀴고 간 잔해로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토사와 낙석이 최대 2,600여㎡의 배추밭을 덮쳤으며 하우스 철제 구조물 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배추들은 토사에 묻힌 채 푸른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1주일가량 지났지만 배추밭을 덮친 토사가 너무 많아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농민들은 그나마 수확할 수 있는 배추들만 고르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 A씨는 “오랜 장마로 피해가 큰 상황에서 판매가 가능했던 배추들도 20%가량 망가졌다”며 “태풍 루사 때도 아무일 없었던 밭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망연자실해했다.

농민들은 태풍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배추밭에서 직선거리로 250여m가량 떨어진 임도를 지목했다. 매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마사토로 개설된 임도에서 토사가 조금씩 유출됐고 유출이 반복되면서 이번 피해로 이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임도를 관리하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강릉지소는 2009년과 2017년 개설된 임도가 만나는 구간 30m가량이 이번 태풍으로 유실되며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강릉지소 측은 “현장 조사 후 피해 농가에 대해 복구 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일원의 고랭지 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랭지배추 생육기에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병해충이 늘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줄면서 고랭지 배추 한 망(세 포기)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2.5배가량 오른 2만5,000~2만6,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2리 최선동(54) 이장은 “올해 배추 농사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며 “일부 농가에서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강릉=김천열기자 histor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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