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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독서실 주고객 '중·고생 → 취준생' 역전

신규회원 3분의 2이상 차지

취준생 10명 중 9명 '공시생'

20대 고용절벽에 세태 변화

강릉여고 근처에서 28년째 운영 중인 S독서실은 요즘 주요 신규 회원이 '중고생→취준생(취업 준비생)'으로 바뀌었다. 전체 80명의 회원 중 3분의 1이 취준생일 정도로 비중이 점점 높아지자 아예 성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S독서실 대표는 “취준생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라며 “하루 12시간씩 나와 공부한다”고 말했다.

20대들의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지면서 골목상권 독서실의 주 고객층도 바뀌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고교생이 절대다수였지만 이제는 취준생으로 역전된 곳이 부지기수다.

춘천시 후평동의 J독서실은 회원 100명 중 65명이 취준생이다. 9급 공무원, 경찰·소방공무원 시험이 몰린 3~6월은 어느새 독서실 업계의 '대목'이 돼버렸다. J독서실 대표는 “취준생의 10명 중 9명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라며 “중·고교생 학원가의 독서실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권은 취준생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원주시 개운동의 L독서실도 회원 90명 중 절반이 취준생이었다. 6년 전 개업 당시만 해도 인근 독서실은 3개였지만 최근에는 8개로 늘었다. L독서실 대표는 “중고생보다 취준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독서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회원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져 월 이용료도 13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취준생이 점령한 독서실'은 극심한 청년 취업난의 그림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도 20대 취업자수는 2016~2018년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증가세였지만 2019년에는 -3,000명, 2020년에는 -7,000명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졸자가 첫 직장을 잡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3년에는 7.3개월이었지만 2019년에는 7.8개월로 점점 길어졌다. 취준생들이 체감하는 기간은 1~2년이다.

지경배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준생들이 '고용 안정성'을 좇아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다”며 “창업 후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안전망 구축 등으로 수요를 분산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김태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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