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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지역경제의 변화, 다시 짜는 생태계]가족 맞이부터 소통까지…성숙한 반려견 문화 정착 앞장

반려동물산업 선도기업 탐방 - 춘천 강아지숲 테마파크

◇올 4월 초 정식 개장 예정인 춘천시 남산면 강촌IC 인근 '강아지숲'의 박물관 전경. 반려견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인터랙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 콘텐츠로 전시돼 있다, 강아지숲 테마파크의 야외시설인 잔디 운동장.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앞으로 독(Dog) 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내달 남산면서 공식개장 앞뒤

대규모 잔디 운동장 주목받아

국내 첫 강아지 박물관 차별화

역사·소통·캠페인 3개 전시실

테마별 다양한 자료·영상 소개

반려견 대기실·카페 등도 갖춰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 눈길

개의 몸짓언어·상태정보 공유

관람객 참여 가능해 흥미 유발

"반려산업 방향성 제시 중점"

강아지를 사달라며 조르는 자녀 때문에 고민에 빠진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애견숍에서 예쁜 강아지를 골라 집에서 키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됐지만 우리가 놓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강아지는 생명체란 점이다. 종(種)이 다른 생명을 가족으로 맞기 위해서는 생명 윤리와 지식, 정보를 갖춰야 한다.

이를 채울 국내 최초의 전문시설이 강원도에 문을 연다. 4월 초 공식 개장하는 춘천시 남산면의 '강아지숲'이다. 춘천시 반려동물산업의 선도기업인 강아지숲은 지난해 11월 시범운영 당시에는 반려견 전용 대규모 잔디 운동장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전국 반려견 테마파크와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를 이룬 인프라는 '강아지 박물관'이다.

중견 ICT기업인 더존홀딩스가 문화사업으로 조성한 곳으로 국내 최초의 반려견 테마 1종 전문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등록)이다. 공식 개장을 앞둔 강아지숲 박물관 내부를 다녀와봤다.

■반려견의 역사 한눈에=지난 3일 강아지숲 박물관 1층 '강아지 대기실'에서는 방음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장객이 박물관을 관람하는 1~2시간 동안 반려견을 맡길 곳이다.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에 서로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방음 장치를 설치하고 있었다. 강아지 대기실에는 반려견을 돌볼 전문 트레이너도 배치될 예정이다.

2층 카페를 지나니 전시실 입구가 나왔다. 3개 전시실 중 첫 번째 전시실의 테마는 '서로 기대는 사이'였다. 반려(伴侶)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공간이었다. 수만년 전 인간과 생존경쟁을 벌이던 야생의 개가 인간의 곁으로 오기까지 '가축화' 단계가 있었다는 것과 그 이후에 목양견, 사냥견, 썰매견, 안내견, 군견 등 '사역견(使役犬)'의 역사가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1990년 양구군 해안면 제4땅굴 수색 당시 북한군이 설치한 지뢰를 밟아 산화한 탄약 탐지견 '헌트'의 사례도 전시됐다.

인간이 개를 학술적으로 연구한 발자취도 있었다. 개는 일반적으로 165개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결과가 대표적이다.

강아지숲 박물관에는 총 17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더존홀딩스가 수년에 걸쳐 국내외에서 수집하고 직접 제작한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 콘텐츠들이었다. 국내 최고 반려견 전문가로 손꼽히는 수의사이자 행동교정 전문가인 설채현 원장이 콘텐츠를 감수했다.

■관람자 참여 유도하는 전시 콘텐츠=3층의 제2전시실 테마는 '서로 통하는 사이'였다. 몸과 언어가 다른 인간과 개가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여기서부터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효과가 돋보였다. 개의 언어인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s)'을 소개한 공간이 대표적이었다. 반응형 미디어 테이블에 뜬 '혀를 날름 거리는 강아지' 화면에서 블록을 움직여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란 개의 심리상태가 떴다. 개의 몸짓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짧지만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이 같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로 항문낭을 통한 개의 정보 교환 등 반려견의 몸에 대한 지식도 공유됐다.

배현국 강아지숲 박물관 학예사는“재현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박물관은 정적인 공간이란 고정관념을 깨뜨릴 만 하다”고 말했다.

유기와 파양을 예방하기 위한 '반려견을 키우기 전 생각할 점 9가지'도 눈에 띄는 콘텐츠였다. 반려견 한마리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 등을 점검하게 했다. 제3전시실 테마는 '함께 걸어갈 사이'였다. 펫티켓이나 장애유기견에게 휠체어를 만들어주는 캠페인, '강아지 공장' 대신 전문 브리더(사육사)가 운영하는 윤리적 켄넬(Kennel·전문견사) 찾기 캠페인 등이 소개됐다.

강아지숲은 전 직원 63명 중 20여명이 반려견 트레이너로 모두 20~30대 청년이다. 이들은 입장객들을 대상으로 반려견 행동 상담도 할 예정이다.

유은일 더존홀딩스 B&CT사업본부 차장은 “수익 창출에 앞서 반려동물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강아지숲 박물관의 설립 목적”이라며 “한국 반려견 문화가 성숙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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