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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삼척~금강산~원산…南北 강원 연결 '낭만가도' 만들자”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원산 갈마해안지구 건설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금강산 자락과 온정리 일대. 사진=강원일보DB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본 北 금강산 해금강 모습. 사진=강원일보DB ◇강릉 정동진 해변의 일출. 사진=강원일보DB ◇삼척 해상케이블카. 사진=강원일보DB ◇독일 낭만가도 최남단 퓌센 소재 노이슈반슈타인 성 전경. 사진=한스 자이델 재단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사진위쪽부터)

'독일 낭만가도' 연 500만명 숙박 1만5천개 일자리 창출

남측 낭만가도 北까지 확대…강원도 중심 남북협력 필요

신뢰구축땐 국가 차원 더 큰 사업도 강한 추진력 생길 것

■독일 낭만가도의 성공 배경=1950년대에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해당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예전에 로마인들이 통행했던 도로를 기반으로 하는 소위 '낭만가도(Romantic Road)'를 선포하고 알리기 시작했다. 이 길은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 연결돼 있으며, 해당 500㎞ 구간에서 알프스의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같은 많은 성과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와 같은 작은 중세도시들 그리고 오래된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들을 포함하며 바이에른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계 지역을 따라 이어져 있다.

독일의 낭만가도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경관과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남독일 관광의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가 됐다. 오늘날 이 지역은 연인원 500만명의 방문 숙박객을 기록하고 있으며, 숙박 인원의 4~5배에 달하는 당일 관광객들이 방문함으로써 약 1만5,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낭만가도는 새로 만든 도로가 아닌 기존의 길을 근간으로 그 선상에 있는 많은 도시와 역사, 문화 유적 및 경관을 알리고 보여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며, 독일 도시 및 문화 관광의 대명사가 됐다. 낭만가도의 비즈니스 모델은 바이에른주에 의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들과 지자체 그리고 관련 역사 및 문화 유적 관리 주체들의 자발적인 주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보텀업(Bottom-up) 방식에 의해 생겨난 것이 특징이다.

독일 낭만가도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길을 만들었다. 1982년에는 일본에서 그리고 1998년에는 브라질에서 낭만가도가 생겨났으며 2009년에는 강원도 고성부터 삼척까지 이어지는 '낭만가도'가 만들어졌다. 2006년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강원도에서 추진했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켐니츠공과대학교의 경제 지리학 교수였던 페터 유르첵(Peter Jurczek) 박사가 강원도에 '낭만가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2008년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의 파트너 지역인 독일 바이에른 주 오버프랑켄 행정관구와 독일 낭만가도 일부 지역을 방문했으며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동해안을 따라 고성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낭만가도가 선포됐다.

북강원도까지 연장 가능한가=북한의 관광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중국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 가장 전성기였던 2015년경에는 약 5,000명의 서방 관광객과 약 10만명에서 15만명에 이르는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 중 다수가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 관광을 했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는 매우 작았다.

국제 무역을 포함해 여타 많은 산업 분야에서의 활동이 막히게 되면서 몇 안되는 제재 대상에서 벗어난 산업들 중 하나인 관광업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후 북한은 경제 특구 확대 계획과 함께 대규모 관광 계획을 수립했다. 금강산 관광 특구는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국제 관광 특구로 확대, 재편됐다. 제재가 강화되면서 역설적으로 관광산업이 얼마 남지 않은 제재 대상 제외 분야 업종 중 하나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았으며 대규모 관광에 대한 내외부적 제한 상황은 해결이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 볼 때 정치적인 성격이 강해 실패할 확률이 높지 않으면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남북 협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낭만가도 연결'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남측 낭만가도의 북측 지역 확대를 의미한다. 우선 이 사업은 중앙정부가 제안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앙정부와의 협의는 필요하겠지만 프로젝트의 계획과 재정 투입 및 프로젝트 수행의 주체는 모두 강원도민이어야 하며, 이러한 사실을 경계 너머에 있는 북의 동포들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사업 제안서는 처음부터 남북 간 경계를 초월한 사업으로 만들지 않고 원산-금강산 국제 관광 특구 개발을 위한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남북한이 양쪽 경계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경계를 넘나드는 협력 사업은 현실적으로 거의 가능성이 없다. 남측 관광 개발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선발된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강원도 남부의 낭만가도를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사업 초기에는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커다란 정치적 함의를 담은 남북 도로를 연결한다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동해안을 따라 북한의 관광 도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동해안의 남북 도로는 처음부터 연결하지 않고 오히려 '각자 동시에' 발전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난 후에 공동으로 낭만가도를 지정할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전혀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다. 유사한 성공 사례로 남북한이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씨름'과 아직 최종적인 등재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황해 갯벌 지역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위한 남북한 및 중국과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예를 들어 독일의 파트너 기관이 함께 협력해 북한의 해당 지역 또는 관광 조직 관계자들을 독일 낭만가도로 초청함으로써 남북한 관계자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이렇듯 간접적인 3자간 협력 방식은 꽤 효과가 있는 방안이다. 이러한 틀에서 시도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생태 관광이나 철새들이 이동하는 봄, 가을에 할 수 있는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류 탐사 등이 그에 해당되며 이를 통해 추후에 관광 프로그램의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북강원도의 관광 진흥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일정한 시기가 되면 남북 강원도 간의 관광 협력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음 단계는 현재 대부분 비포장도로인 원산 남부 도로를 포장한 후 '강원도 낭만가도' 표지판을 설치하고 공동으로 개선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금강산 리조트 개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펜션 마을 또는 해산물 식당 조성, 불교 단체와 협력해 수행하는 사찰 지역 공동 보수 등이 그에 해당된다.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 단계에서는 남북강원도 간에 더욱 긴밀한 공식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실무자급 차원에서 관광, 교통, 경계 등 다양한 사안에 관한 논의와 만남이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예를 들면 강릉-원산 간, 남북 고성 간의 자매결연이 생겨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낭만가도는 비무장 지대의 성격을 서서히 바꾸는 근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이 바로 현재 결여돼 있는 일종의 신뢰 구축 활동인 것이며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더 큰 규모 사업에서도 보다 강한 추진력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강원도의 낭만가도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같다. 누가 나타나서 이 진정한 남북 사업에 입맞춤을 통해 새 삶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번역=김영수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는

독일 킬(Kiel)대학교 경제학 석사, 프랑스 파리 1 대학(판테온 소르본느) 경제학 석사를 거쳐 1998년에 독일 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 대학원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로 재직 중이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했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비텐/헤르덱케(Witten/Herdecke)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로 재직하면서 독일의 통일 경험을 한국에 전달하는 작업을 해 왔으며 2004년 이후에는 북한 현지에서 무역, 유기농, 산림, 환경 등의 주제 분야에서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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