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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창간특집-강원도, 미래를 만나다]폭발위험 없고 무한생산 가능…동해·삼척 ‘액화수소 메카' 뜬다

미래에너지 액화수소

삼척 LNG기지 냉열 활용

기체수소 액화생산 상품화

강원도 10년간 6조 ‘올인'

전기차 보급 생태계 조성

동해·삼척 ‘수소클러스터'

예타 조사 통과 확실시돼

국내외 대기업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 확대 기대감

수소는 미래 에너지 경쟁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그동안 수소는 무한한 에너지원임에도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쉽게 꺼내 들기 힘든 카드였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수소를 보다 안전하게 생산·저장·유통할 수 있게 하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환경 위기와 이로인한 탄소중립의 시대가 도래하며 수소는 이에 대한 해법이자 에너지산업 생태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의 히든 카드 ‘액화수소'=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은 그동안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이다. 수소산업 역시 경제논리에 따라 많은 수요와 인프라를 갖춰야만 경쟁력이 있다. 강원도는 수년 전부터 수소경제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관련 사업 발굴에 나섰지만 낙후한 지역의 산업기반 탓에 한계를 절감했다. 수소 이용을 위해서는 배급망이 필수인데 도시가스 공급망이 50% 수준에 불과한 강원도의 경우 인프라를 잘 갖춘 타 지자체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강원도의 히든 카드는 기술적인 난도가 높은 액화수소였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에 극저온 냉각을 거쳐 설비가 많이 들고 비용도 막대하다. 그러나 액화생산에 성공하면 기체 수소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저장과 운송이 쉽고 폭발 위험은 사라져 상품 가치가 훨씬 높다. 시간당 충전 용량도 기체 충전소 대비 3배 이상 많아 고용량 수소 연료가 필요한 수소열차, 선박, 대형차량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효율이 좋고 사용도 편리해 드론 등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으며 가정으로의 공급도 용이하다.

이에 삼척 LNG 인수기지에서 버려지는 막대한 냉열을 활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는 2020년 전국 최초로 삼척·동해·강릉·평창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 지정의 성과로 이어졌다. 삼척·동해·강릉·평창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에는 국비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10년간 6조원 ‘올인'=강원도는 2030 강원형 액화수소산업 육성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10년간 수소산업에 6조원 이상을 공격적으로 투입한다. 액화수소산업을 강원도의 최대 미래 먹거리로 보고 ‘올인'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우선 생활 측면의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2조5,226억원이 투입된다.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보급(2조1,594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원도는 2030년까지 승용차 5만대, 버스 250대, 택시 450대, 트럭 450대의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춘천·동해·태백·속초·삼척·평창에는 하루 총 1,800㎏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차량용 수소충전소는 55곳으로 확대한다. 수소열차와 어선도 개발 중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6,606억원을 투입한다. 동해·삼척을 액화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며 올해 안에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백에서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자원에서 그린수소를 추출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SOC에서의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는 가장 많은 2조9,806억원을 투자한다. 수소를 통해 에너지원을 대부분 해결하는 수소도시 3곳을 만들고 수소발전단지와 수소관광단지 등을 대규모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동해·삼척 국내 5대 수소도시 부상=수소산업의 핵심은 동해와 삼척이다. 정부는 올 8월 동해·삼척을 비롯해 인천, 울산, 포항, 새만금을 전국 5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로 선정하고 일괄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직접 5개 지역의 강점을 발굴해 5대 클러스터로 선정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체 산출한 동해·삼척 클러스터의 B/C(비용대비편익)는 1.136에 달해 예타 통과가 확실시된다.

동해시 자유무역지역 인근 북평 제2산업단지에는 수소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가 조성된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수소 저장·운송사업 진흥센터'가 건립돼 수소저장·수소운송기술 연구를 총괄하며 기업 및 연구소가 입주한다. 수소 저장·운송의 신기술을 테스트할 기반시설도 구축돼 국내 액화수소 연구의 핵심이 된다. 31만4,536㎡(9만5,000여평) 규모의 산업시설 용지에는 65개 수소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북평 제2산단에는 국비 303억원을 비롯한 747억원이 투자된다. 삼척에는 2,211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 중부권 최대 수소생산기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척 호산항 LNG 생산기지에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수도권과 강원권, 충청권 등 중부권 전역 수소 공급의 거점기지 역할을 한다.

■대기업의 러브콜=국내외 대기업도 강원 수소산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액화수소 기업인 독일 린데(Linde)코리아는 동해·삼척 수소 저장 클러스터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로템은 강릉에 주 사무소를 두고 삼척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한다. 현대건설은 삼척 호산항을 중심으로 한 수소 운송·저장 클러스터의 설계, 조달, 시공을 전담하는 EPC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평창 대관령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평창 대관령에서 재생에너지에 수소를 만들어내는 궁극의 그린수소 기술에 도전한다. 또 대관령 풍력발전에 200억원을 투자,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수소산업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며 국내 수소산업 리더로 떠오른 SK도 최근 강원도와 협약을 맺고 액화수소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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