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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로봇에게 필요한 인문학

김화종 강원대 컴퓨터학부 교수

바둑에서 대국을 십만 번 두려면 프로기사는 100년이 걸리지만 알파고 프로그램은 3일이면 된다. 인공지능은 쉬지 않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며 배운 것을 잊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에는 망각의 기능이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해 가까운 장래에 필연적으로 슈퍼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석학이 경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핵심 어젠다가 됐다.

인공지능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사람의 개입을 가능한 최소화해 즉, 독자적으로 판단해 지능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능력은 이미 사람을 앞섰고 음성 인식 기술도 일상 언어의 70~80%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챗봇, 전자비서, 반려 로봇, 도우미 로봇 등이 상용화됐다.

우리는 이렇게 진화하는 로봇들과 어떻게 마찰 없이 지낼 것인가?

우리는 어떤 시스템이 “컴퓨터 같다”고 하면 동작이 정확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작성한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다. 특히 인공지능에는 프로그래머의 가치관이 담기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신호와 규정 속도를 꼭 지켜야 하나? 만일 앞에 가던 차가 고장 나면 잠시 중앙선을 넘어 추월할 수도 있고, 상황이 위급할 때는 과속도 해야 한다. 인간은 이런 경우 유연한 판단을 해 위기를 넘기지만 인공지능 로봇은 이런 유연성이 없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려면 로봇에게도 유연성을 구현해 줘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유연성을 허용해야 할까? 자율주행 차라면 얼마나 과속하도록 허용해야 하는가?

인간과 로봇이 편안하게 공존하려면 로봇도 사람처럼 책임감 있고 융통성 있게 판단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모든 특수한 상황에 대해 로봇이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두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로봇도 유사한 좋은 사례를 많이 보여주며 소위 빅데이터로 학습시켜야 한다. 즉, 로봇에게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생활의 지혜와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

사회가 법과 규범을 따라 움직이듯이 인공지능 로봇은 학습된 소프트웨어를 따라 동작한다.

로봇의 판단력과 유연성은 고정적으로 구현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습한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어떤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인가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 인공지능 로봇을 학습시키는 것과 함께 인간에 대한 교육도 인공지능 시대에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은 인공지능이 잘 하는 영역에서의 경쟁은 피하고 인공지능을 뛰어 넘는 유연한 사고력, 창의력, 호기심, 비판적 사고, 공감력, 정보판별 능력(데이터 리터러시)을 배워야 한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넘쳐나는 데이터에서 사람이 가진 지혜와 센스로 유용한 정보(Insight)를 발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문학은 인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필요하며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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