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강원포럼]올림픽 이후가 중요한 이유

구봉진 춘천교대 교수

인류의 평화대축제인 올림픽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열리기 한 해 전 1987년에는 민주항쟁 등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30년 후 2017년에는 촛불운동이 일어나 정권 교체 등 큰 변화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큰 사회적 변화 이후에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는 30년 전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올림픽은 탈이념, 탈민족, 탈인종, 탈상업주의로 오로지 스포츠 행사다. 그러나 과거의 올림픽에서는 인종, 이념, 민족, 상업주의 등의 문제로 굴곡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8서울올림픽은 8년 만의 동·서방 국가의 화합의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올림픽의 성공 개최가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30년이 흘렀다. 세 번의 도전 끝에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탈상업주의를 지향한다고 했으나 이미 올림픽의 상업화는 숨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은 탈이념, 탈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고 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순수하게 스포츠에만 집중하기가 힘들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상당히 정치적인 행위였다. 단일팀 구성을 하면서 벌어진 남한 아이스하키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 이낙연 총리의 부적절한 발언 등 여러 시비는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도 하락을 불러올 정도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사과성 발언을 했다. 만약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제전이라고 하면 이러한 정치적 행위들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스포츠의 순수한 구호는 30년 전, 40년 전에 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교단에서 올림픽 정신을 설명할 때 이미 균열되고 있는 올림픽 구호나 정신들을 애써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의 구호들이 맞지 않다는 것을….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올림픽의 탈정치화가 실현할 수 없는 구호라면 차라리 정치적으로 적절히 이용하는 게 가장 훌륭한 전략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우리 정부의 결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평창올림픽 이후에 남북한의 활발한 대화, 북한의 비핵화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두고두고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남한과 북한의 공통점은 평창올림픽의 참가이고 차이점은 비핵화 문제다. 올림픽 하루 전에 실시한 북한의 건군절 행사, 현송월에 대한 지나친 대접 등 북한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게 아니다. 필자가 아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이후에 일거리가 3배는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대화와 협력으로 키우고, 비핵화 문제나 북미대화 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진행한 남북한 대화가 올림픽 이후에 이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의 체제선전만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인가? 평양올림픽인가? 평화올림픽인가? 올림픽 이후까지 한반도의 평화를 장담할 수 있어야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평가될 것이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