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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단상]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최승룡 도교육청 교육과정과장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재밌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힘들지만 재밌는 그 길 이제 또 가려합니다. 그동안 용기를 준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여든 넘은 어르신이 또렷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씀하고는 자식이나 손주 같은 선생님들에게 깊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표한다.

“가난한 집에 태어났기에, 자식 많은 집 장남과 장녀로 동생들 공부시켜야 했기에,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이유로 중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것이 부끄러움이었고 한이 됐습니다. 텔레비전이나 간판에 영어가 나오면 가슴이 쪼그라들고, 며느리나 사위가 학교 얘기를 할 때면 괜히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조금 늦었지만 그렇기에 느끼는 새로움과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도 훨씬 커졌습니다”라며 방송통신중학교를 졸업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쳤다. 현직에서 은퇴해 노후를 즐기려 할 연세인데, 사회의 중심 역할을 더 많이 하겠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 졸업생은 여든에 다시 시작한 공부를 건강이 허락한다면 사이버 대학교까지 졸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생회장을 맡았던 졸업생은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마침내 이겨냈다며 동무들과 함께한 체험활동의 즐거움을 말씀하신다. 체험활동을 얘기하실 때는 마치 열여섯 소년으로 돌아간 듯 들뜬 표정이었다. 올해 일흔 여섯으로 파킨슨병과 투병하고 있는 졸업생은 3년간 교내합창단으로 활동하면서 재활 의지를 더욱 불태웠고, 한 졸업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매년 100만원씩 3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부부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해 젊은이들에게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도교육청이 방송통신중을 설립한 것은 2014년.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남춘천중, 원주중, 강릉중 세 학교에 3학급씩 총 270명이 입학해 260명이 졸업하고, 이 중 218명이 방송통신고에 진학했다. 어린 학생에 버금가는 높은 학구열을 보였다. 예순 중반에서 여든 정도 되신 분들이 입학해 중도에 포기한 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건강이 학업을 이어가게 했는지, 학업이 건강을 유지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연세에 연연하지 않고 배움을 가까이 하셨다는 것.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지요”라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의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의 말을 실천하셨다는 것. 그래서인가 어르신들의 표정이 다들 온화하고 평화롭다.

졸업장 수여 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터전을 마련해 준 도교육청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아끼지 않는다. 도교육청도 졸업생들이 보여 준 열정이 머뭇거리는 많은 어르신에게 도전할 용기를 주리라 생각하며, 늦은 꿈 마음껏 펼치도록 친환경 급식과 학생회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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