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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명태야, 밥먹자

이채성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행동은 타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긍정의 언어로 소통할 경우 상대방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에게 꾸준히 칭찬을 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성장이 촉진된다고 한다. 감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식물조차 인간과의 소통과 교감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보다 감각기관이 더 발달된 물고기에게 이러한 소통과 교감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사라진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명태 양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명태를 기르고 관리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 지식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물고기와의 교감과 배려의 마음이다.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명태에게 매일 밥을 주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명태가 수면 위로 모인다고 한다.

물고기에게도 사람의 귀에 해당하는 감각기관인 '옆줄'이 있는데, 이를 통해 명태가 인간의 행동에 반응하는 것이다. 비록 언어의 수단도 없고 삶의 방식도 인간과 다르지만 명태가 물속에서 인간과 소통하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물고기의 감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해안의 주요 어종인 도루묵은 1971년에 약 2만톤으로 최고를 나타낸 이후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2006년부터 연구소를 비롯한 어업인·수산 당국 등은 도루묵 자원 회복사업을 시작했는데 버려지는 도루묵 알을 정성껏 수거하고 실외 부화기를 통해 부화·방류하고, 산란장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 2006년 약 2,000톤에서 2016년에는 약 7,000톤으로 도루묵 어획량이 늘어나게 됐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대구 역시 남획 등으로 1980~1990년대 급격한 자원 감소를 겪었지만, 지속적인 수정란 방류로 1990년 약 500톤에서 2014년에 약 1만톤으로 20배 이상 어획량이 증가했다.

이러한 도루묵이나 대구의 사례는 자원 회복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과 지속적인 노력에 물고기가 응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연어는 2000년에 회귀량이 예년 대비 약 30% 수준으로 이례적인 현상을 겪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2000년 회귀한 연어가 방류된 시점인 1997년의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IMF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당시 방류된 연어가 3년 만에 회귀하는 시점인 2000년도 회귀량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들 한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는 것이다. 명태 양식기술 개발에 착수했을 때 그 누구도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명절 연휴기간도 반납하며 명태를 사육·연구한 정성이 명태에게 통했는지 추석 명절 마지막 날 명태가 산란해 세계 최초 완전양식에 성공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것이야말로 감성수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찮은 생물이라도 경시하지 말고 교감하면서 정성을 다할 때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최근 동해안에는 명태, 오징어 등 주요 수산자원이 급격하게 감소되고 있다. 명태나 오징어를 소통과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좀 더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다면 동해안은 언젠가 다시 풍요롭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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