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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지역 발전 천재일우의 기회

유인환 평창군의장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과 제12회 평창동계패럴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돌이켜 보면 이번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우리 평창군민에게는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2000년에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를 표명하고 두 번의 눈물 어린 실패를 딛고 이뤄낸 세계사적인 쾌거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우리 군민은 동계올림픽을 향해 20년 세월을 바쳐 왔으며,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지고 궁벽한 땅 강원도 평창에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스포츠 이벤트를 보란듯이 성공시켰다. 따지고 보면 올림픽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수준을 한번에 보여 주는 토털 이벤트다. 개최 과정에서 보여준 전 국민적인 열의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대회 성공의 일등공신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또 중앙무대에서의 정치력 부재와 만성적인 푸대접에 의기소침해 있던 우리 강원도민이 합심해 이뤄낸 성과라 더욱 뜻깊은 성공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의의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고유의 문화를 전 세계에 마음껏 과시한 문화올림픽이었다. 문화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8개 읍·면에서 각각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전승되던 평창 아라리, 방림 삼베삼굿놀이, 대화 대방놀이, 봉평 메밀도리깨질소리, 용평 둔전평놀이, 진부 목도소리의 기본 줄거리를 테마로 조직한 '평창민속예술단'의 공연은 특유의 해학과 흥으로 세계인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우리 국민의 애환과 정서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둘째, 환경의 가치를 전 세계에 과시한 환경올림픽이었다. 유치 단계에서부터 스키 활강경기장이 지속적인 문제가 돼 왔다. 정선 중봉 활강경기장을 최소한의 산림만 훼손해 건설한다는 기본 계획하에 남녀 코스를 별도로 건설하려다 하나로 통합했고, 스타트 지점도 당초 중봉(해발 1,420m)에서 하봉(1,370m)으로 정하면서 산림 훼손을 33㏊에서 23㏊로 30%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

셋째, 흑자 올림픽이라는 사실이다. 동·하계 대회를 막론하고 올림픽 개최도시의 가장 큰 딜레마는 개최 후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적자였다. 이러한 적자는 개최국의 큰 부담으로 대두돼 올림픽 무용론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평창올림픽은 당초의 우려와 달리 경기 티켓의 안정적인 판매, 기업 후원금의 증대, 기념품 판매수입의 획기적인 증가로 흑자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평화올림픽이었다. 북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 그 접경지역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선수들 안전 보장에 대한 참가국들의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니러니하게도 가장 평화로운 가운데 올림픽이 치러졌고, 남북이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기본이념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한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차분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창군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건설한 각종 사회 기반시설을 평창군의 제2의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88서울올림픽이 그랬듯이 평창군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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