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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대입제도 개편 시간이 없다

신형철 교육체육부장

지난달 12일 춘천 강원고에서는 2019학년도 춘천권 대입 진학 박람회가 열렸다. 많은 비가 내렸지만 박람회 내내 학생과 학부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200명가량 들어갈 강의실에서 진행된 교사의 대입 진학 설명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옆 강원대 입학 설명회장도 학생과 학부모로 가득 찼다. 수도권 주요 대학이 교실에 마련한 부스마다 많은 학생이 대학 입학사정관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나눴다. 도교육청은 이날에만 3,200여명이 박람회장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의 경우 학생 및 학부모 상당수가 대입 상담을 위해 수도권을 찾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바로 그 다음 주였던 지난달 19일 강릉여고에서 진행된 영동권 박람회에는 4,000명, 지난달 26일 북원여고에서 실시된 원주권 박람회에는 4,100명이 찾았다. 매년 열리는 진학박람회에 이정도 학생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만큼 대입 열기는 뜨겁다.

교육부는 최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범위 결정 관련 후속조치 계획'을 통해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범위를 결정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입 수시·정시 통합 여부는 분리 모집을 권고한 국가교육회의의 의견을 수용해 현행 유지 입장으로 정리했다. 또 수능 원점수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시 원점수 제공 등은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제외했다. 대신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간 적정 비율, 수시전형에서 수시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을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등에 넘겼다.

문제는 대입제도 개편을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개편 특위 등으로 떠넘긴 형태가 됐다는 점이다. 교육계에서는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가장 좋은 방식을 선택하려는 절차라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2022학년도 대입제도는 지난해 8월 결정됐어야 했다.

교육부가 결정권을 떠넘기면서 벌써 10개월 동안 현재 중3 학생과 학부모는 마음 졸여 가며 기다리고 있다. 당장 고교 진학을 앞둔 이들은 어떤 과목을 중심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대학을 준비해야 할지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다. 특히 교육부가 올해도 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연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는 명분과 여론 혁신 등을 거론하며 더 나은 방식을 찾는다고 한다.

결국 교육계에서는 2022학년도 학생들은 현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현행처럼 수시와 정시로 나눠 치르겠다고 발표하자 이 같은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대 상대평가, 수시·정시 통합선발 등의 논쟁을 피하려 현행 제도 유지 또는 소폭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 수도권 주요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의 비중을 적절히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교육부의 오랜 고민은 현장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힘들게 할 뿐이다.

현재 교육계에서는 '공론화' 추진에 대해 교육부가 '국민이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답'을 얻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이 억울할 수 있지만 이는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다. 지금은 빨리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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