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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강원포럼]우리가 투표하는 이유

김용빈 강원도선거관리위원장·춘천지방법원장

지난달 24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지방선거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거리에서는 선거사무원들이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고 지지를 호소했고, TV에서는 후보자들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열띤 격론을 벌였다. 선거벽보 첩부, 선거공보 발송, 그리고 사전투표 등의 선거 일정이 차례대로 진행되면서 '이제는 선거일 투표관리만 잘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어 정리해 본다.

얼마 전 지인에게 6월13일에 꼭 투표해 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돌아온 대답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왜 투표해야 하나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누구도 '왜'라는 질문을 한 적이 없었기에 잠시 멈칫했었다. 돌이켜 보니 늘 투표를 권유하고 있지만 솔직히 '왜'라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아이들은 대체로 다른 나라의 아이들보다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무슨 일을 할 때면 항상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독자적인 사고를 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커진다고 하니 부러운 한편, '왜'라는 물음에 무감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선거일이 바로 앞으로 다가온 지금, 내가 받았던 질문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한 번 더 던져본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 투표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 의무니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모두 맞는 대답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투표율이 높을수록 국민의 생각이 더 정확하게 반영된 대리인을 선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얘기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해 본다. '내 자식과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4년 뒤, 더 훗날 변해 있을 우리 사회를 보며 후배들이 '그때의 당신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라고 물었을 때 적어도 너희들이 살아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의 소중한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지 않고 신중하게 행사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에 관심이 없고,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고, 시간이 없다는 얘기는 받아들이기에 적절한 이유보다는 변명에 가깝게 들린다.

강제하지 않는 권리이기에 포기할 권리 또한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투표권이 얼마나 혹독한 시련의 과정을 겪으며 얻어낸 것인지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를 뽑느냐의 선택은 여러분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미래의 후배들 앞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잘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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