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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물, 자원인가 생태계인가

김범철 춘천국제물포럼 공동조직위원장·강원대교수

자연개발·환경보호

적절한 균형 이루는

통합물관리 필요해

얼마 전 국회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법이 통과됐다. 지금까지 물의 양은 국토교통부에서, 물의 질은 환경부에서 관리했는데 이제 환경부에서 두 분야를 함께 관장하게 된 것이다. 물 전문가들은 20여년 전부터 통합물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근본적인 갈등은 두 분야에서 물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을 '수자원으로 보는가?' 아니면 '수생태계로 보는가?'의 인식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근대의 역사는 자연개발이 주도하는 역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0년 동안 1만7,000여개의 저수지와 3만3,000개 이상의 보를 건설하고, 거의 모든 하천을 제방으로 둘러싸는 공사를 완성했다. 국토부나 하천토목공사의 전문가들은 하천을 수자원으로 간주, 댐을 많이 만들어 가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확보하고 제방을 많이 만들어 홍수에 침수되는 토지를 줄이고자 노력한다.

반면에 환경부나 생태학자들은 하천을 중요한 생물서식지로 인식하고 생물보호를 위해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어도를 만들고, 불필요한 보와 제방을 철거해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는 노력을 기울인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무한정 수자원확보량을 늘리기 보다는 이용효율을 높여 물사용량을 줄이고, 자연변형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한다. 실제로 상류의 제방은 하류의 홍수를 가중시키며, 경사지에서는 제방으로 얻는 토지 이익보다 건설비가 오히려 더 많이 드는 사례가 많으므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불필요한 댐과 제방을 철거하는 노력이 활발하다.

얼핏 보기에는 개발론자들은 인간의 편익을 추구하고, 환경보호론자들은 인간의 이익은 도외시한 채 야생생물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둘 다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단지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범위와 기간이 다를 뿐이다. 손익계산의 대상을 수자원의 이용만으로 한정하고 평가기간을 50년쯤으로 한정한다면 댐과 제방 건설이 이득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자연변형으로 인한 야생동물 감소, 수산물 식량 감소, 상수원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류문명 괴멸 등의 장기간 손실을 포함시키고 평가기간을 백년 이상으로 길게 잡으면 자연변형의 피해액이 개발의 편익보다 더 크게 평가될 수도 있다. 제방은 침수를 막고 토지를 이용하기 위한 것인데 상류의 산간지역에서는 제방으로 얻어지는 토지가 적으므로 단기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제방건설비가 오히려 홍수피해액보다 더 많이 드는, 경제성이 없는 사례도 흔하다.

결국 자연개발과 환경보호는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개발론이 주도하는 시대였고 이를 통합하고 조화시키는 제도는 부족했다. 수자원분야의 환경부 이관이 통합의 첫걸음이 되겠지만 온전한 통합물관리는 갈 길이 멀다. 수량을 관리하는 부서가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가장 갈등이 많은 하천토목공사를 주관하는 부서는 아직 국토부에 남아 있다. 물사용량이 가장 많은 농업용수는 여전히 농업부서에서 관리하고, 지하수의 관리도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용할 것인지 먼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통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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