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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남북 강원도의 공동 역사 편찬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지방선거가 끝나자 놀라움과 탄식이 교차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남북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권여당에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강원도의 선거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비약적인 약진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남북의 화해와 평화 분위기에 국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거듭 강조된 것처럼, 강원도는 남북 분단의 최첨단에 있는 지역이다. 어느 곳보다 분단과 갈등을 넘어서 평화의 일상을 원하는 곳이다. 평화의 메시지에 국민들이 화답했다는 것은 남북 문제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분단의 상처를 넘어서 한반도에 평화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의 역할은 매우 크다. 새로운 남북 시대를 이끌어 갈 어젠다를 먼저 만들어내고, 로드맵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추진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살펴보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왔다는 점을 확인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내력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도 자신의 역사적 뿌리가 같다는 점을 발견하는 순간 동일성을 느끼는 강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은 다양한 이론과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강원도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남과 북의 강원도가 '강원도'라는 이름으로 600년 이상의 역사를 공유해 왔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같은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은 현대사가 만든 남북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민족의 신화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면서도, 남과 북의 역사적 간극을 메우는 방법으로 공동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농업, 관광,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우리가 같은 강원도민이라는 사실을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대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강원도는 평화로 하나가 되는 특별한 지역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강원도는 큰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 '강원도사(江原道史)'를 방대하게 편찬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북강원도의 역사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우리는 온전한 강원도의 역사를 마련하게 된다. 남북 강원도의 역사, 언어, 민속,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과 북의 학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집필해서 책이 완성된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남과 북이 분단된 이래 처음으로 공동의 역사를 편찬하는 일이니,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의 관계가 급격히 변화하자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너도나도 통일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강원도 역시 통일 문제를 거론한다. 그렇지만 다른 곳보다 먼저 어젠다를 선점해야 강원도가 남북 문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남북 강원도의 역사를 공동으로 편찬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강원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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