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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공직자를 춤추게 하라

신동천 홍천군의장

공직을 천직으로 삼고 44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직 공직자라는 신분으로 살아왔다. 지난날 어렵던 시절 자전거 타는 면서기가 부러워 동경의 대상이 됐던 것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 동기였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선택을 꽤나 잘한 듯싶다. 그 시절에는 '공직자'라는 직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요즘처럼 취업하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1970년대 초 신입일 때는 전기가 없어서 남폿불을 켰고 기동력이 없어 도보로 십 리, 이십 리 일을 봤으며, 통신 수단인 전화기는 마을 이장 댁에 한 대밖에 없었다. 요즘엔 흔한 복사기와 컴퓨터는 세상에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30~40년이 지난 지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가 익숙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버튼 하나로 블루투스가 되는 스마트폰 시대로 발전했다. 격세지감을 느낄 여유도 없이 필자를 포함한 육십 넘은 이들은 시대를 쫓아가기도 바쁘다.

가끔 우리 조국과 우리 민족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면서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일제의 침탈에 맨몸으로 맞섰던 3·1 만세운동을 비롯해 나라를 되찾은 우리 민족성은 참으로 자랑스럽다. 특히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6·25전쟁, 그리고 그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 민족의 끈기와 자긍심은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고 본다.

필자는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주민의 봉사자로 다시 한 번 선택되는 행복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의 부름을 받아 지방의회에서 선출직 공직자로 일하게 된 것이다. 의욕적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뒤돌아보면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은 자리가 꽤나 힘든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민들이 선택해 준 이 일은 평생의 영광이고 4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뿌듯한 감정과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름은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의정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사회 발전과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기관으로서 주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 반영에 힘쓰는 것과 동시에 행정의 감시자로서의 노력을 다해 왔다. 많이 부족한 필자에게 '의장'이라는 직함을 주고 의회를 대표해 주어진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 우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할 훌륭한 선량들을 선택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의 영예를 안은 당선자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그리고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지난 일은 모두 뒤로하고 지역사회와 주민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의 선량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오랜 시간 공직에 머물면서 지역사회에 큰 빚을 지고 염치없이 마무리하면서 새롭게 출범하는 의회와 자치단체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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