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기고]한반도 평화협정 드라마가 아니다

김재성 변호사

상호 신뢰 조성하며

北 비핵화·종전 등의

협상 목표 도출해야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는 68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하던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만나 관계 개선과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수락이후 흔들리고 뒤집혔던 협상의 '판'을 자신들이 최초 의도했던 틀을 기초로 다시 짜려고 했으나 그들의 기대와 달리 녹녹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협상이 디테일의 늪에 빠져 본질적 목표가 망각돼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에만 치중해 한미동맹 공동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남북미가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민주적인 북한의 정치체제와 억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쉽사리 용인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지만 대남적화라는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혈연관계에 근거한 세습적 유일지도체제로 평가되는 정권 유지를 위한 정당성에서 너무나도 허약한 북한집권자의 입장에서는 정권의 유지보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면서 내부와 외부에 대해 끝없는 의심을 하고 있는 현실적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미국은 그동안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선 핵 폐기 후에야 보상이든 체제 보장이든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임기가 종료되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물러날 미국의 정권담당자들의 약속을 무엇으로 믿느냐는 현실론으로 가장 확실한 체제 보장 수단인 핵능력을 지금처럼 내놓고 보유할 수는 없으나 일정 부분을 사실상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의도를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미국 입장에서도 협상에서 커다란 약점일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엄연히 구분돼 있고 대통령의 권한이 한정돼 있는 미국 협상 팀들로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완전한 체제 보장을 한 번의 협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상호간의 신뢰를 조성하고 이러한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절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징검다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그동안의 폐쇄국가에서 벗어나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커다란 수확을 거뒀다. 반면에 이제는 북한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가치를 준수해야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평화협정의 문제를 단순하게 관련국 최고지도자들의 회담 한두 번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상황을 너무 드라마틱하게만 바라보는 것이다.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으로 이제 협상의 '판'은 본격적으로 깔렸고 앞으로는 판이 깨지지 않도록 상호 신뢰를 조성하면서 협상을 본질적 목표가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