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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통역 앱으로 인터뷰하는 스타

김지은 가톨릭관동대 영어교육과 교수

최근 큰 관심을 받게 된 테니스 선수 정현의 영어 실력이 화제였다. 그의 영어 인터뷰 조회 수는 엄청났다. 심지어 호주오픈 8강전 직후 온코트 인터뷰에 대해서는 영국의 한 언론지로부터 '외교관급의 위트'로 칭찬을 받기도 했다. 정현이 영어를 잘해서 더 돋보이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김연아 선수, 전인지 선수도 뛰어난 영어 실력 덕에 더 멋있어 보이지 않는가? 만일 정현이 번역이나 통역 앱을 써서 인터뷰를 했다면 어땠을까.

최근 구글 번역, 파파고 등 통번역 프로그램 또는 앱이 발달하면서 사용빈도가 늘어나고 심지어 로봇이 통역을 해주는 시대를 맞았다. 이 때문에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변화하는 영어 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영어 교육이 다소 도외시되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영어 가능자'를 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상호작용의 빈도가 높아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의 핵심인 의사소통의 도구, 그것도 국제어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영어 사용 능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떠올리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고 교육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중심으로 영어를 교육해야 할까.

수많은 정보가 흐르는 사이버 세계에서 영어로 써진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다. 넘쳐흐르는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며,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외국의 문화에 대한 교감을 이루는 것 또한 외국어교육의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교감하며,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타인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전통적 의미의 영어 교육과 미래의 교육이 결합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일 것이다. 또 기술적인 부분도 적극 개발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 등을 영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필자는 '영미문화교육과 캡스톤'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는데 수강한 학생들은 창의성을 발휘해 컴퓨터로 가상 환경을 만들고 컴퓨터 튜터가 영어를 가르치고 오류를 수정해 주는 영어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내 캡스톤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미국 문화에 대한 교육을 선행해 언어학습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콘텐츠는 향후 프로그램 제작과 결합해 상품화될 것이 기대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학습방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영어 교육의 한 가지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만약 정현이 통번역 앱을 사용해 인터뷰를 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현 특유의 위트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을 것이며 공감이나 감동을 유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영어 사용 능력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창의성, 공감, 융합, 그리고 지식 정보처리 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어 교육,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영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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