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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폭염은 자연재난이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

현장의 기억은 오래간다. 올 7월23일은 최악의 폭염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필자가 기상한 시간은 오전 5시30분.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밖은 한증막같이 더웠다.

강릉에서 발생한 초열대야(일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날) 현상을 이렇게 몸소 체험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30.9도로 2013년 8월8일 국내 최초로 초열대야가 관측된 데 이어 두 번째로 관측된 초열대야 현상이었다. 도의 초열대야는 강릉에 이어 8월5일에는 속초에서도 발생했다. 8월1일 홍천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인 41도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날 기온은 1948년 8월1일 대구에서 관측된 최고기온인 40도를 뛰어넘었다. 초열대야 현상은 도의 높은 산으로 인한 푄 현상(산을 넘어오면서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현상)과 동해에서 비롯된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폭염에서 비롯되는 피해는 첫째 인명 피해이며, 둘째 철도,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피해를 들 수 있다. 인명 피해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사회기반시설 피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철도와 도로 등은 오랜 시간 동안 햇빛을 받아 고온 열환경에 노출되면 녹아내리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국립기상과학원(책임운영기관) 재해기상연구센터는 폭염으로 인한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피해에 대해 과학적인 현장 관측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올 7월25~27일과 8월2일 모바일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도내 주요 고속도로와 강릉 도심의 지상 기온과 노면 온도의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주요 고속도로 구간에서 지상 기온과 노면 온도 간 차이는 평균적으로 약 10~20도 정도였고 노면 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지상 기온이 35도라면 노면 온도가 최대 약 55도를 기록했다). 도로피복재질에 따라서도 그 차이가 나타났다. 아스팔트 구간이 콘크리트 구간보다 노면 온도가 약 5도 정도 높게 나타났다. 고속도로상에 있는 터널 구간에서 기온은 터널 밖과 거의 차이가 없으나 노면 온도는 약 15~20도로 낮아져 노면 온도가 지상 기온보다 낮은 기온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도심지 내에서는 지상 기온과 노면 온도 차이는 고속도로 구간보다 대략 5~10도까지 높았고, 고속도로보다 더 심하게 가열됨을 알 수 있었다(지상 기온이 33도라면 노면 온도는 최대 약 63도를 기록했다). 또한 폭염 완화대책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도로 살수 효과도 조사했다. 도로 살수 후 노면 온도가 지점에 따라 15~20도 정도로 낮았지만 그 효과는 약 30분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료는 폭염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예방활동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폭염의 피해를 보면 자연재난 수준이다. 앞으로 폭염의 강도와 빈도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폭염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문제 해결에 있어 현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다. 폭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폭염 영향을 다양한 현장에서 체계적·과학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현장 관측의 오랜 기억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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