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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역사왜곡 현장에서 느낀 안타까움

조형준 성수고 전교학생회장

지난 7월20일부터 25일까지 러시아와 중국을 다녀왔다. 강원도교육청이 주관한 고교 학생회장단 참가 '나라사랑체험 역사탐방'이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에서부터 중국 백두산과 두만강, 호태왕비(광개토대왕비)까지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 16곳을 둘러보는 뜻깊은 여행이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날, 비포장 길을 달려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그라스키노에서 마주한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에서 느낀 감흥은 잊지 못한다. 12명의 독립운동가가 손가락 마디를 잘라 그 피로 '대한독립' 혈서를 쓰며 항일전쟁의 의지를 다짐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대표 학생이 읽은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글을 들으며 가슴속에서 숙연함과 표현 못 할 뜨거움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안 의사의 정신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중국 도문에 이르러 북한과 맞닿아 있는 두만강도 둘러보았다. 언젠가는 걸어서 밟을 날이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마음 속에서 외쳐 보았다. 백두산에도 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감명 깊은 곳을 꼽으라면 단언컨데 백두산 정상에서의 느낌이라 할 것이다.

광개토대왕의 웅장한 기록이 남아 있는 호태왕비도 찾았다. 우리나라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이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며 고구려와 관련 유물인 호태왕비 내부 사진까지 촬영을 금지하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역사까지 왜곡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역사학자들에 의해 비문까지 조작된 것도 서러운데 중국까지 역사를 왜곡하는 현실이 비감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역사를 마음대로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슬프고 억울한 역사의 끈을 우리는 더 많은 관심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역사탐방은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배움이었다. 더불어 인접한 다른 나라의 문화까지 접하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우여곡절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보고 배우지 못하는 것을 체득할 수 있게 해 주신 도교육청 관계자분들과 참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애써주신 많은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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