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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대청봉]소통을 막는 쇼통(Show通)

이명우 정선주재 부장

조선시대 가장 훌륭한 군주로 꼽히고 있는 세종과 정조, 그리고 21세기 최고의 CEO로 평가받고 있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600여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훌륭한 정치가와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소통'이다.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는 백성인 물이 임금인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강조하며 백성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1795년 능 행차를 끝내고 창덕궁에 도착한 정조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능 행차 기간 백성들의 격쟁(擊錚)을 제일 우선해 처리할 만큼 백성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고 한다.

'소통'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출범할 때, 새로운 경영자가 취임할 때마다 늘 제일 앞에 등장하는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소통광장을 개설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청원을 정책에 반영하고 추진해야 할 일부 중앙부처는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를 집단이기주의라고 치부하는 편견으로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가리왕산의 정선 알파인경기장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산림청은 도가 정선 알파인경기장 조성 당시 복원을 약속했다며 무조건적 복원이라는 원칙론만 앞세우고 있다.정선 알파인경기장을 올림픽 문화유산으로 남겨 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정선 알파인경기장의 수십 배가 넘는 면적에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 건립을 허용해 백두대간을 훼손시키면서도 가리왕산 전체 면적의 3%인 알파인 경기장 복원을 고집하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을 올림픽 문화유산 및 4계절 생태체험 관광지, 국제적인 스키 메카로 양성화해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떼쓰기로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와 정선군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정선 알파인경기장 존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산림청과 환경부는 이와 관련한 공청회는 물론 전문가들의 토론회조차 갖지 않고 있다.

정선군이 마련하고 있는 정선 알파인경기장과 연계한 지역 발전 비전도 무조건적인 복원이라는 중앙부처의 고집에 외면당하고 있다. 소통은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채널이다. 하지만 고집과 편견을 버리지 않은 채 말로만 하는 보여주기식 '쇼통(Show通)'은 갈등과 불신만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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