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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한반도의 평화농업

신효중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남북한 정상이 4·27 판문점에서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증폭돼 왔다. 그러나 후속조치의 늑장과 미흡은 이러한 기대와 열망이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1, 2차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의 목표로 치열한 정치외교를 펼치고 있는데 어찌 우리 남한만을 위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분야는 농업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벌이고 있는 ODA사업(공적개발원조사업)의 근간은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먹는 문제의 해결 없이는 그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 ODA사업은 대체적으로 농지개량, 관배수, 생산 증대, 시설화 등의 기반시설 구축에서부터 최근에는 수학 후 관리, 판로 구축을 위한 마케팅 분야까지 농업 분야 전반에 걸친 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선진화된 기술과 관련 기자재들이 공급되고, 농업인은 이를 습득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성공리에 끝나게 되면 ODA 수원국은 튼실한 농업기반시설을 구축,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수원국의 농업기반은 종자에서부터 사람까지 그 사업을 지원한 공여국의 기술과 기자재 및 자본에 의해 완벽히 종속된다. 실제 많은 ODA 수원국의 현장에는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제 농기계들이 동남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새로운 농업식민지, 경제식민지를 연상케 한다.

올 5월13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조기에 완료할 경우 미국의 민간 자본과 기술로 식량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을 구축해 북한 주민이 잘 먹고살게 해 줄 것'이라고 공언한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적 자본이 들어와도 문제가 될 판인데 민간 자본의 유입은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이 그들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북한 경제주권의 근간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나아가 한반도 경제의 교류협력에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이벤트성 사업으로만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반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면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시설 구축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최우선의 당면과제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기다렸다가는 이해당사국들의 힘과 정치외교 논리에 의해 우리는 지붕만 쳐다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차 산업 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을 이벤트성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면을 면밀히 살펴서 더 이상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축소 지향적이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물꼬는 대학 간 교류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적 차원과 학술교류 차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짤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대학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정부가 큰 틀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으로 남북평화협력을 추진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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