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강원포럼]부끄러운 아동 삶의 질

이칭찬 강원대 명예교수

지난달 말 국제 아동지표 연구그룹인 'Children's Worlds'가 수행하고 'Jacobs Foundation'이 국제 연구의 일환으로 지원하며, 세이브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에서 발표한 '2018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 결과 보고를 접한 후 깊은 실망감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 생산성이 저하되고, 전체 도민의 삶의 질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출산율 저하를 극도로 우려하는 강원도가 아닌가?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이미 출생해 현재를 살아가는 아동들의 삶의 질이 전국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니 나이 많은 도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한심할 뿐이다. 이 연구 보고의 결과를 인용해 보면 강원도 아동의 삶의 질은 연구가 진행된 지난 4년간 해마다 떨어져 2012년 11위였던 것이 2017년에는 14위로 나타났다. 그중 '바람직한 인성'은 전국 꼴찌인 17위에 해당한다. 도대체 강원도를 비롯한 행정 당국과 교육청, 그리고 수많은 어른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연구자들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시·도 간 아동 삶의 질 격차는 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짓고 있다. 즉, 재정 자립도와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높은 지역은 삶의 질도 높게 나타났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남(15위), 강원(14위), 경북(17위) 등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빈곤부모, 한부모, 조손, 양육시설, 가정위탁 아동들이 많을수록 대부분의 지수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가정해체, 빈곤, 보호자와의 분리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일수록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아동을 위한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적 지원이 충분하게 보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준다.

문제는 작금의 상황에서 과연 도나 각 유관기관에서 '이들 아동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 충분하고 분명한 지원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가?'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몇 안 되는 지역 내 아동시설들을 예산 절감을 위해 줄여야 한다거나 행정편의를 위해 기관의 통폐합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시·군의회에서조차 지역 주민이나 아동들의 삶의 질을 걱정하기보다는 선심성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이제부터는 이의 부당성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지역 간 아동들의 삶의 질 격차를 줄이고 그렇지 않아도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강원도의 형편에서는 이제부터라도 아동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과 지원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더욱 커다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북에서는 2년 전부터 이 연구 결과를 참고해 도청과 지역 교육청이 합심,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함으로써 전국 최하위에서 8위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강원도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라도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