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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정신적 상처까지 치유하는 숲

장관웅 국립횡성숲체원장

대한민국의 오랜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산재공화국'이다. 이토록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이 여러 세계적 지표가 대한민국 산업재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에 의하면 2014년 한 해 EU 28개국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로 인해 총 3,3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안전보건공단의 같은 해 발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총 1,850명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은 19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이는 당해 연도 일자리 예산이었던 13조1,000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최근 산업재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정신질환 관련의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정신질환 산업재해 건수는 126건으로 2008년 24건과 비교하였을 때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신적 산재의 증가 추세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신체적 산재로 인한 2차 정신적 피해다. 산재로 인한 신체적 장애 혹은 불편함으로 인해 우울증, 피해 의식, 적응장애 등의 부차적인 정신적 피해가 야기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산업재해는 산재를 입은 당사자를 비롯해 2차, 3차 정신적 피해자를 연쇄적으로 야기한다. 2차 피해자는 동료의 산업재해를 목격한 사람이나 해당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3차 피해자는 산업재해를 수습하는 응급 서비스직(소방관, 응급의료팀 등)이 해당된다.

산업재해의 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산림복지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산림복지는 산림을 기반으로 치유·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지원활동이다. 심신의 재활 및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숲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립횡성숲체원에서는 산림복지의 일환으로 산업재해 근로자 치유 프로그램 '숲에서 다시 시작'을 진행할 예정이다. '숲에서 다시 시작'은 피톤치드, 음이온 등의 산림치유인자를 활용하는 치유 프로그램과 손상된 심리를 회복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심리 재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는 숲 속 명상과 체조, 침묵 트레킹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신체 활력과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산림치유를 통해 우울 증상을 완화하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또한 심리재활 프로그램은 전문가와 진행되는 집단 상담, 사진치유 및 예술치유를 포함한다. 복합적인 심리 재활과정을 통해 산재 근로자는 마음의 상처와 부정적인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함과 동시에 산재 근로자들 간 유대관계 및 지지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산업재해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피해 의식, 불안, 우울 등) 감소와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사회 친화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숲에서 다시 시작'은 5회 차에 걸쳐 약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산업재해 근로자들의 삶에 대한 긍정적 의욕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원직 복귀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참가자들을 치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재 1위 지역 강원도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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