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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아쉬운 정책 체감

박철호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에 제동이 걸리는 현상이 도내 몇 군데 지자체에서 일어났다. 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니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천의 이외수 작가 퇴거 요청과 영월의 국제박물관포럼 예산 삭감 등이 근래에 보여준 대표적인 군정으로부터의 민심 이반 사례다.

이런저런 속사정이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식 중 한 가지는 많은 예산을 들여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이 주민에게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집행자와 주민들의 체감에 온도 차가 크다. 길게 보면 사업의 효과가 있을 테지만 주민들은 오래 참고 기다릴 수 없어 당장의 '손익'을 따져보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산 집행에 합법적인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이미 투자된 비용의 효용 가치를 '무위'로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것인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리적으로 문제점을 도출·분석·보완·개선하는 것이 옳은 처사일 것이다. 사업을 집행하는 지자체에서 규정과 매뉴얼 및 과학적 기법에 근거해 사업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과업을 충실히 하는 것은 시행처나 감독처의 기본적 책무다. 그 과정은 객관적이어야 하며 형식적이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담당 부서에서 그런 차원의 주어진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영입 인사든, 지자체 장(長)이든 시스템이 아닌 인물 중심의 행정은 아니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예로 든 두 사업이 성격과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주민의 실질적 참여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주민의 범위를 '도민'으로 확대하면 더욱 그렇다. '손님' 위주의 프로그램 시행에 역내 주민들은 '도우미'이거나 자리를 채워주는 '청중'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주민들과 그 지역에 어떠한 변화가 도모되고 있는지, 그 변화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실질적인 것인지, 굳이 당장의 경제적 실익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산업구조나 시장의 변화, 전문 인력 육성, 주민의 비전과 자긍심 고양 등 성장 동력이 될 만한 가치들이 투자한 만큼 집적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도내 대학을 비롯한 교육, 문화, 언론 등 단체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져 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때 지자체와 도내 기관이 유리된 채 외부의 인적·물적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문제에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지역 사정에 밝고 애향심을 가진 역내 인사들과 함께 단계적으로 역량을 키워 나가는 노력은 지역 개발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도 해당 지역의 국소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민의 지혜를 모아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제를 제기하는 의회의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폐기'의 극단적 선택보다는 '개선·보완'의 현명한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도민의 문화적 긍지도 고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이번 기회에 도를 비롯한 단위 지자체별로 주요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을 객관적으로 지수화하고 상시 점검하는 체계도 구축해 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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