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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미투운동은 계속

유은주 도 여성특별보좌관

11월25일부터 세계인권의 날인 12월10일까지 16일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 기간이다. 특별히 11월25일을 오렌지 데이(Orange Day)로 정해 행사 참여자들이 오렌지색을 몸에 걸치도록 한다. 오렌지색이 여성폭력이 없는 밝은 세상, 미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주제는 'Orange the World: #Hear Me Too'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은 생애 중 친밀한 파트너에게 신체적·성적 폭력을 당하며, 인신매매 대상의 71%는 여성과 소녀들이라고 한다. 감소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강제 조혼과 성기 절제라는 악습에 고통을 겪는 소녀들이 있다. 이런 비통한 통계는 유엔까지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 주요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사고를 분석한 결과 2017년 한 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발생한 우리나라 전체 살인사건의 20%가량이 남편의 아내 살해라니, 이쯤이면 당신과 내가 살아있는 것이 우연이고 다행이며, 우리 모두가 생존자가 아니겠는가?

미투라는 폭발적인 성폭력 증언 운동은 극히 역사가 짧다. 할리우드의 유력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장기간 저지른 성폭력을 피해 당사자 여성들이 연달아 폭로했다. 불과 1년 전, 2017년 11월이다. 이것이 미투의 시작이다. 우리의 경우 서지현 검사가 미투 운동에 불을 댕겼고, 그게 2018년 1월 초다. 이후 쏟아진 숱한 사회적 폭로와 증언, 고발을 볼 때 언제든 터질 일이 이제야 터진 것이다. 환멸도 컸지만, 과정에서 함께 배운 것이 있다면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닌 권력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연령과 성, 인종, 계층이 교차하면서 공고해지는 권력과 그에 억눌린 사람들.

미투에 대한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왜 이제 와서? 무슨 의도로?'라는 뻔한 질문부터 피해자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2차 가해가 횡행한다. 이는 혹독한 자기 비난과 검열의 시간을 깨고 비로소 증언대에 선 여성의 목소리를 빼앗겠다는 저급한 의도다. 유엔이 #Hear Me Too를 주제로 삼은 뜻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죽을 수도 있었던 여성이 살아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그 여성의 말을 듣고, 그 여성의 목소리에 권한을 부여해라.' 딴지를 걸거나 딴청 부리지 말고 침묵당해 온 생존자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엄중하게 들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성폭력을 끝장낼 수 있을까? 조혼 풍습이 사라지면서 '조선 특유의 범죄'는 사라졌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젠더 차별적 사회구조를 변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평등에 기반한 사회구조가 구축되면 여성폭력은 사라질 것이다. 100년도 되지 않아 조혼 풍습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담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100년쯤 후면 성평등한 사회구조를 구축하리라는 꿈 말이다. 그날을 위해 미투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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