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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혁순칼럼]'홍남기 경제정책' 현장속으로 들어가야

논설실장

정책 수립자들은 발로 뛰어야

부작용 있는 정책, 방향 틀지 않으면 국민 고통

수시로 기업인은 물론 일반 서민·근로자들 만나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어야

의도한 효과를 내기보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많은 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정책 담당자는 그 원인을 어쩔 수 없는 요인들 탓으로 돌린다. 예를 들면 환경의 변화나 반대 세력의 저항 탓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외부요인이란 없다. 고려하지 못한 요인들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지식과 생각, 즉 우리의 사고 모형(Mental model)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의 부작용이나 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시스템사고에 입각한 정책설계 방안, 삼성경제연구소, 2008). 정책 수립은 종합적 사고가 기본이다. 경찰을 증원하면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많은 경우에 범죄가 증가하면 경찰을 증원해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범죄자들을 대거 잡아들이면 일시적으로 범죄는 줄어들지만 다른 문제가 야기된다. 교도소는 곧 만원이 되고, 이에 대해 사법부에서는 가석방을 늘리거나 형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춰 오히려 범죄건수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교통난에 대응해 도로를 건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로 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은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도시가 도로 건설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왔음에도 도로의 혼잡도는 그다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도로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도로를 다니는 차도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도로 건설을 통해 일시적으로 교통 혼잡도를 낮출 수 있으나 혼잡도의 완화는 다른 한편으로 자가용 이용의 매력도를 증대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이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더 많은 차가 도로에 나옴으로써 교통 혼잡도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성매매 특별법도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2004년 9월23일부터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 처벌 강화에 따른 시장의 음성적 효과다. 처벌 강화는 성매매에 따른 위험 부담이 증가하고, 이러한 부담 증가는 성매매 공급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매매 가격을 상승시키며, 이는 다시 음성적인 성매매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킨다. 음성적인 시장의 증가는 불법적 행위와 인권 유린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윤락 여성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장을 무시하고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은 혼란만 부채질하고 역작용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나 올리면서 지불능력이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과 일자리 감소를 가져왔다. 국세청이 매월 발표하는 '100대 생활밀접업종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도내 한식점 사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7명 줄었다. 지난해 322명이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건비 급증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구내식당들도 잇따라 폐업하면서 61명(8.3%) 감소했다. 자영업자 등에게 최저임금은 생계와 생존의 문제다. 이들에게는 가히 사활적 사안이다. 그들의 생각은 듣지도, 묻지도 않았다. 현장의 직감과 통찰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 52시간제도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산업계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잘못 가고 있는 정책은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책 수립자들은 발로 뛰어야 한다. 수시로 기업인은 물론이고 일반 서민, 근로자들을 만나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어야 한다. 춘천 출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민간 영역과 가장 많이 만난 장관이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영업자, 대기업, 노동단체 등과 매주 일정을 만들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빈말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런 노력 없이 정책 수립을 주머니 속 공깃돌 다루듯 하면 두고두고 국민을 어렵고 힘들게 한다.

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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