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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채무자의 숨겨진 재산 찾기

김학곤 춘천지방법원 사법보좌관

몇 년 전 민원부서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민원실에 들어섰다. 지난해에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어렵사리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채무자는 돈을 갚을 뜻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야겠는데 채무자에게 무슨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 답답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고도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과연 합법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제도가 법원의 재산명시·재산조회 신청절차다.

채권자가 재산명시·재산조회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무자에 대한 판결 등의 집행권원이 존재해야 한다. 채무자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고 이에 대한 집행문을 부여받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판결문과 집행문을 가지고 채무자로 하여금 본인의 재산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있다. 재산명시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채무자에게 구체적인 재산 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령한다. 재산목록을 제출받은 채무자는 지정된 명시기일에 법원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지정된 재산명시기일에 채무자가 출석하지 않거나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할 경우 채무자는 20일 이내의 감치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채무자는 섣불리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하기 어렵다. 만일 재산명시절차에서 재산명시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 불능되거나 제출된 재산목록상의 재산만으로는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 별도로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법원에 재산조회를 신청하면 된다.

재산조회를 하고자 하는 채권자는 반드시 재산명시제도를 거쳐야 하는데 재산조회제도를 이용하면 채권자는 간단하게 각종 기관으로부터 채무자가 등록한 계좌, 부동산 등에 대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재산조회를 할 기관마다 조회대상 재산이 다른데 법원행정처는 토지·건물의 소유권, 건설교통부는 건물의 소유권, 특허청은 특허권·상표권 등, 특별시·광역시·도는 자동차·건설기계의 소유권, 각종 은행·보험사·증권사는 금융자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재산조회비용은 5,000~2만원 선으로 조회기관의 수에 따라 10만~15만원 정도가 든다. 재산조회 결과는 재산조회신청인은 물론 재산조회신청인이 아니더라도 채무자에 대해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채권자는 재산목록을 보거나 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재산조회제도는 채무자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얻기 위한 유용한 제도이지만 자칫 재산조회 결과가 남용될 경우 채무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재산조회 결과를 강제집행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처벌 규정이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채권자가 금융회사, 카드회사인 경우 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개인인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숨겨진 채무자의 재산을 찾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 위 제도를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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