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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강원포럼]강릉선 KTX 전면점검 급하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

올 것이 왔다! 부실공사의 저주가 시작된 것인가? 2016년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강릉선 KTX 성산면 남대천 교량을 시공하다가 무너졌을 때에도 날씨 탓을 했다. 시공상의 문제점, 즉 사람의 잘못과 책임을 모면할 목적으로 공공기관은 상습적으로 날씨 탓을 한다. 철도사고에 있어서 날씨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믿기지 않는 일이 또 벌어졌다.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KTX가 진행해서는 안 될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철로를 이탈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6월 설치 이후 봉인된 상태로 지금까지 뜯어본 흔적이 없는 것이라면 이번 사고는 설계 또는 시공상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 평균 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강릉선 KTX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정말 부끄러운 '해외토픽 거리'를 정부 스스로 생산하고 제공했다.

강릉선 KTX 참사, 누구의 탈선인가? 경강선의 시공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때 거의 이뤄졌다. 강릉선 KTX의 운영은 문재인 정권 때 이뤄졌다. 시공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책임이 큰지, 운영을 맡은 코레일의 책임이 더 무거운지는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상당한 책임 공방과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릉선 KTX 부실의 끝이 비단 선로전환기 하나로 마무리될 것으로 믿기 힘들다. 어디서 볼트가 빠질지, 언제 너트가 풀어질지 불안하다. 표준에 맞지 않은 싸구려 저질 부품이 터널에 숨어 있는지, 교량에 감춰져 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차량은 물론이고 전면적인 노반시설 점검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고 조사보다 시공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가 더 어울리는 용어일지 모르겠다. 국회도 나서서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

코레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경영효율보다 더 우선적인 것이 교통안전이다.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다. 경험 많고 경륜이 있는 기술자를 내쫓는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 오히려 그들을 대우해 주고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비용절감이 안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차량 안전과 철로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은 지금보다 더 늘리고 보강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하게 철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지금도 사고 구간을 지날 때면 강릉선 KTX는 무척이나 천천히 운행한다. 기관사가 안쓰러울 정도다. 타고 있는 승객 마음은 더 불안하다. 복구가 제대로 된 것인지, 또 사고가 날까 두려워 저속으로 운행하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코레일 승무원의 조끼에 새겨진 노사갈등의 구호는 국민을 볼모로, 안전을 볼모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강릉선 KTX가 고가교량에서 탈선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면, 혹은 긴 터널 속에서 화재로 불탄다면, 8개의 차량 안에 갇힌 수백명의 승객은 모두 사망에 이를 텐데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오늘도 강릉선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할 때 기도하듯이 가슴 졸이면서 무사하기를 빌면서 탄다. '제2의 세월호'가 안 되도록 강릉선 KTX에 옮아 붙은 '안전불감증'이라는 저주의 스티커를 빨리 떼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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