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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원포럼]`언 밥' 대우받는 설악권

이양수 국회의원

설악권 지역의 최대 현안 사업들이 환경부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설악권은 물론 강원도는 '찬 밥' 수준을 넘어 '언 밥' 신세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막혔고, 오색케이블카는 재판에서는 이겼지만 환경영향평가가 남아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민심이 들끓는 이유는 현 정부 들어 이전 정부가 추진했거나 확정한 사업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줄줄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말뿐인 사업 추진에 설악권 주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가 주민들을 무시하고 기만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동서고속철도는 1987년 대통령 후보의 공약 이후 30여년간 강원도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30년 숙원을 풀었으나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히 환경부는 동서고속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강원도가 여러 노선을 검토한 끝에 미시령터널 하부 통과 노선을 최적의 노선이라 제안했음에도 환경부는 법정 협의기한을 한참 넘긴 것도 모자라 보완을 요구했다.

반면 북한산국립공원을 지나는 GTX A노선은 단 33일 만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타 지역은 되고 강원도는 안 된다는 논리에 주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환경부에 가로막힌 사업은 동서고속철도 사업만이 아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진전이 없다. 한술 더 떠 현 정부로부터 '적폐' 대상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이 사업은 1995년부터 추진됐지만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24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전 정부가 직접 나서 실마리를 풀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2015년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며 행정심판까지 승소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적폐' 대상으로 찍혀 다시 소송에 얽힌 신세가 됐다.

최근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각종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면서 일단 추진 동력은 다시 생겼음에도 번번이 좌절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서고속철도과 오색케이블카는 설악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동서고속철도는 북방경제의 중심축이자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교통망이다. 오색케이블카는 환경을 보호하는 시설로 전 국민에게 설악산 공유권을 확산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들 사업은 정부가 결정한 사업이다. 정부의 정상적인 승인을 받아서 추진되는 사업들을 중간에 환경부가 이상한 논리로 시간을 끄는 것은 올바른 정부 행태가 아닐 것이다. 국력을 낭비하는 것이고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청와대에서 연락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환경부의 태도가 의심스럽다.

'언 밥' 대우를 받는 설악권 주민의 인내심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라도 설악권 균형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대한 요구에 정부가 진지하게 답할 차례다. 환경부는 더 이상 사업을 미룰 명분도 논리도 없다.

환경부와 청와대는 지역 민심을 잘 헤아려 설악권 숙원사업들을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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