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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3·1절에 내가 달리는 이유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사람살이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는 기다림에 익숙해져 있다. 초교 졸업생 중 열에 두셋은 상급학교 진학을 못 하던 시절 중학생 되는 것을 손꼽아 기다렸다. 고교생 때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려 보기도 했고, 대학생 때 미팅에서 어떤 여학생이 내 파트너가 될까 기대를 하면서 시간을 죽여보기도 했다. 남자는 전역을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전역 예정일을 손꼽아 기다린 것이 아마 가장 잊지 못할 기다림이 아니었을까.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승진을 기다렸고, 결혼을 하고는 나를 닮은 예쁘고 착한 아이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아들이 크다 보니 아들의 여자가 기다려졌고 지금은 손주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새해가 되면 특히 기다려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소설 삼국지이고, 또 하나는 3·1절 건강달리기대회다.

3·1절 독립정신과 순국선열의 얼을 기리고 시민 체력 향상을 위해 강원일보사가 주최한 건강달리기대회는 1999년 춘천에서 처음 시작돼 2001년 강원도 18개 시·군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축제의 한마당을 연출했으니 사람으로 치면 성인인 약관의 나이가 됐다. 그때그때 사회적 이슈를 슬로건으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을 주도했다.

2001년에는 고성산불 피해를 되새기는 '산불조심' 캠페인을 펼쳤고, 강원도가 '2010평창동계올림픽대회' 유치를 공식 선언한 2000년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까지 매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2012년 대회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가 슬로건이 됐고, 2017년에는 '미소 짓고 인사하는 당신이 미·인(美人)입니다'란 구호를 실천과제로 삼아 분위기를 확산시킴으로써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강원도민의 친절한 이미지를 세계에 알렸으며, 이는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자축하면서 달렸고, 올해는 3·1절 100주년의 역사와 뜻을 되새기면서 달린다.

자기 체력에 맞는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전, 황영조 마라톤스쿨'에서 황영조는 달리기의 장점으로 심장이 튼튼해지고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출중해지며,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몸통과 허리까지 몸 전체가 튼튼해진다고 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엔도르핀이 잘 분비돼 우울증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보약이라고 한다.

순위를 다투지 않고 체력 테스트를 위해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준비물이라 해봐야 운동화와 간소한 운동복만 있으면 되니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뛰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집에 대회 때 입었던 티셔츠가 일곱, 여덟 개는 되고, 2005년부터 매년 참가했으니 금년이 십 오년째다. 올해도 완주를 목표로 달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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