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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돈은 많아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

윤희정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삶에 대한 주도적 선택

자신의 행복지수 높여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

UN에서 해마다 공개하는 '세계행복지수(World Happiness Index)'는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를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2017년 대한민국 순위는 56위, 2018년은 57위로 경제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순위를 보여주고 있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세계행복지수는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 건강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삶의 자기결정권(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용(Generosity), 부패 인지(perceptions of corruptions) 등의 지표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기대수명은 높은 수준이지만 삶의 자기결정권, 관용, 부패 인지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결국 이 수치들이 낮은 행복지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세 지표는 늘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뿐 아니라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낮은 자메이카, 코스타리카, 라트비아 등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낮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삶의 자기결정권이 낮아서, 관용 지수가 낮아서, 부패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중 삶의 자기결정권은 한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있어 설계와 계획, 실행, 평가, 피드백까지 모든 과정에 자신의 철학과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자기결정권은 교육, 직업, 의식주, 결혼, 사회생활, 정치 성향과 같은 거시적 대상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시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나의 여가시간을 나의 의지대로 보낼 줄 아는 것,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가보는 것, 여행하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 것,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 등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가 경험하고 싶은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고 그 시공간 내에서 나의 관심과 열정을 투영할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삶의 자기결정권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내 삶의 자기결정권은 여가시간과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시간과 공간, 경험대상의 자기결정비율을 높이고, 시공간 내에서의 삶의 자기주도권을 되찾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물론 업무나 각종 노동, 학업 등 의무적 일상 중에는 어렵지만, 잠시 여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얼마든지 이를 삶의 방식으로 채택하고 삶의 궤적을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내 삶에 대한 나의 주도적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행의 결과들은 나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뿐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모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필자는 이 글을 읽은 많은 독자가 하루의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에서 내가 경험하고 싶은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길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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