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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대청봉]`사철탕론'이 만연한 사회

이정국 철원주재 부장

'사철탕(개고기)론'이 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쓰임새는 주로 의견이 분분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보통 '3대3대3대1 논리'라고도 하는 이 내용을 설명하면 이렇다. 사철탕의 경우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30%(지지파), 종교적 이유든, 다른 이유든 싫어하는 사람 30%(반대파), 간혹 먹기는 하지만 찾아다니면서는 결코 먹지 않는 사람 30%(관망파),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10%(무관심파)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사철탕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관련 맛집을 찾아다니든지, 끼리끼리 조용히 조리법에 대한 레시피를 공유한다. 그러면 사철탕에 비호감인 반대파나 관망파들은 그들을 비난할 일이 적어진다. 그런데 대체로 사철탕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 중 일부는 아예 안 먹는 사람이 한심해 보인다. “이렇게 맛 좋고 몸에 좋은 걸 못 먹는 바보들(?)”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럴 때 사철탕에 비호감인 반대파들은 매우 분노하고, 관망파는 물론 무관심파와 지지파들조차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호감도가 뚝 떨어진다는 논리다. 아무리 좋은 취지나 명분을 갖고 있더라도 강한 억지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쇄도하는 데에도 사철탕론이 적용된다. 자유한국당 내에는 이들 이외에도 5·18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있겠지만 도를 넘은 이들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이 비난하고 있을 뿐더러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동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철탕론은 또 조직의 승진 인사에서도 적용된다. 어느 조직이든 특정인의 승진 인사가 발표되면 대부분 '잘했다'는 반응이 30%, '그저 그렇다' 30%, '잘못됐다' 30%, '관심조차 없다'가 10% 정도라는 말이다.

지난달 철원지역에서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 장소를 놓고 민간단체와 철원군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철원군은 도내 최초의 3·1만세운동 발상지다. 철원군은 행사장소와 관련, 지역 곳곳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군민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군청 광장이 행사의 적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간단체는 노동당사 인근 서문거리가 도내 최초로 3·1만세운동을 펼친 곳이라며 반드시 노동당사에서 기념식이 열려야 한다고 맞섰었다. 다행히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는 조상의 숭고한 3·1정신을 이어 가자는 취지로 철원군은 군청 광장, 민간단체는 노동당사 광장에서 각각 치르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나 이때에도 사철탕론이 많이 회자됐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강한 주장을 펴면서 주변 이웃과 갈등과 반목을 야기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개개인의 생각이나 성향, 취미, 식성 등이 모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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