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기고]춘천이궁 복원은 역사의 소명이다

임병수 강일언론인회

마음속의 고향 궁궐

송두리째 잊고 살아

강원도 중심 되찾자

국난과 화재에 의해 소실된 경복궁 터에 어이없게도 수탈과 탄압의 본거지인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거들먹대던 일제의 잔재가 사라진 지도 20여년이 흘렀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중앙청으로 써먹던 일제의 잔재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우리의 정궁인 경복궁을 복원시켜 민족 자존의 기치를 바로 세웠다. 법궁인 경복궁과 이궁인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등은 지난 20여년간 정부의 집중 투자로 말끔히 복원 또는 증·개축돼 옛 모습을 되찾았다.

우리 민족은 왜 이처럼 궁궐 정서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아마도 우리 마음속 고향같은 곳이 궁궐이기 때문이 아닐까? 궁궐이 있었으면서도 궁궐문화를 송두리째 잊고 살았다면 그것은 그 나라와 그 지방과 역사의 정통을 잊고 살았다는 증좌일 뿐이다.

엄연히 왕의 명으로 지어진 이궁이 있었으면서도 거의 잊고 살아온 지역은 춘천뿐일 것이다. 타 지역의 역사 유적 복원을 부러워하며 춘천시민은 빈손만 빨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이제 춘천이궁 복원의 염원이 한층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춘천이궁은 당초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에 세워졌다는 것이 다를 뿐, 서울의 이궁들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격의 궁이었다. 그래서 춘천이궁 복원의 외침은 역사의 씨알을 일깨우는 경적이고 강원도 중심을 되찾자는 진군의 나팔이다.

춘천이궁 복원의 실체화에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선봉은 최문순 지사다. 올해 2월27일 강원도와 춘천역사문화연구소 주관으로 춘천이궁에 대한 세미나가 열려 나름대로 새로운 이궁 운영 사실을 발표하는 등 연구과제를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세미나에서는 고종의 친위대 200여명이 고정 배치됐고 한때 의병들의 거소로도 활용됐었다는 등 새로운 사실이 주목을 받은 셈이다. 원래 춘천이궁은 쓸모없는 빈집으로 남아 있어야 정상이다. 국난이나 화재 등으로 왕이 피신해야 할 임시 거소이기 때문에 이궁에 쓸모가 커진다는 것은 사직이 위태로운 경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춘천이궁 복원 과제는 그 시행에 앞서 복원이냐, 재현이냐를 놓고 논란의 여지를 낳을 수 있다. 복원은 말 그대로 옛 궁궐 터에 옛 건물들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말한다. 재현이라 함은 옛 터전을 사용할 수 없어 부득이 터만 옮겨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춘천의 경우 후자인 재현식 복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옛날 이궁 터에는 현재 도청과 세종호텔 등이 자리잡고 있어 도청 건물을 옮기지 않는 한 원상복원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도청 건물을 옮기는 일은 배보다 배꼽 더 큰 경우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춘천시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 시는 이미 구 캠프페이지 공터에 미세먼지 방제를 위한 인공조림지 조성과 각종 유휴시설 건립 등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이궁복원의 둥지를 계획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왕의 침소였던 문소각과 조양문, 묘천문, 귀창문, 몽매각 등 이궁의 중요 전각들을 복원하고 레고랜드와 벨트화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지. 어쨌든 이궁 복원으로 춘천시민에게 애향의 구심점을 심고 서울에 가지 않아도 춘천에서 창덕궁이나 창경궁을 볼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이궁 복원을 시도할 때임이 피부에 와 닿는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