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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갑질과 청탁으로 본 부패학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우월적이고 고압적인 지위를 이용해 이뤄지는 부적절한 행위를 '갑질'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갑질과 부정한 청탁이 얼마나 만연돼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문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5.1%가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를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했다.

100명 중 95명이 갑질이 심하다고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또 갑질 문화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갑의 권위적인 태도(75.1%)가 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공직사회에서는 갑질로 인한 징계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올 들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국장이 갑질로 직위 해제됐다. 사연을 보니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갑질을 해대고 결재도 지연하는 등 고압적인 지위에서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갑질로 직위 해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강원랜드와 KT 비리 사건이 말해 주듯이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채용 청탁과 이권 개입 청탁은 연일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2년여 전 경기도의 한 소방 간부가 부하 직원에게 동일한 부정 청탁을 두 번했다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이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이 들어오면 명확히 거절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청탁이 들어오면 감독기관 또는 감사부서에 신고해야 면책사유가 된다.

원래 '청탁'은 '원고 청탁'이니 '강연 청탁'이니 긍정 의미로 통용되던 단어였는데 언제부턴가 부정한 의미로 굳어졌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사건 무마 청탁',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 청탁' 등의 기사 제목이 그렇다.

그동안 이 같은 갑질이나 청탁을 한 자는 대가성이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이 제정된 관련법에 따라 벌을 받는다. 갑질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공무원(공직자) 행동강령(시행령)에 금지 및 처벌규정을 신설했다. 갑질금지 주요 규정을 보면 공직자는 부하 직원에 대해 사적인 노무를 금지하고, 민간인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직무와 관련된 영리활동도 해선 안 된다. 공직자가 조합 연합회 등 직무 관련 단체에 자문위원 등의 이름을 올려놓고 수당을 받는 갑질 사례를 들 수 있다.

선출직은 물론 끗발 센 공직자가 가족을 채용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 할 때 제한 규정도 포함됐다.

김영란법에서도 취업 제공과 이권 개입은 무형의 경제적 가치로 엄히 금지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특히 인허가업무·수사·평가·지도감독 관계에 있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커피 한 잔이나 꽃 한 송이도 수수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연·혈연·학연·직장연고가 만연된 한국적 온정연고주의 패거리 문화가 강한 사회에서 이를 진작 도입했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월적 지위의 갑질과 부정한 청탁은 부패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그 연결 고리를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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