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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원포럼]여행이 또 다른 기부입니다

이경일 고성군수

미국은 기부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부문화가 확산돼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기부문화가 확산돼 가고 있지만 아직은 선진국처럼 기부와 나눔문화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모금액에서 개인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선진국의 70%에 미치지 못하고 기부액 규모도 적은 편이라고 한다.

1996년 고성 산불은 3일간 3,834㏊를 태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산불로 49세대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총 227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2000년 산불과 지난해 발생한 산불 피해지역은 아직도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일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급 재난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이재민들은 임시거처가 마련됐지만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 농기계와 볍씨 등이 소실돼 금년 농사에 차질을 빚을까 애를 태우고 있으며, 소상공인들은 특별한 지원 대책이 없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또한 산불 피해지역 아동의 대다수는 심리·정서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필요한 교복, 교과서 등이 모두 불에 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어떻게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더욱이 동해안 산불 여파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의 2차 피해가 확산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산불 발생 이후 주요 관광지 음식·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그에 따른 여파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고성의 대표 관광지인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은 산불 이전인 올 3월30일~31일 2일간 5,457명이 방문했지만 산불이 발생한 이후인 4월6~7일 2일간 2,266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오는 27일 '고성 DMZ 평화둘레길(가칭)' 개방 행사를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고성지역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11일부터 고성 DMZ 평화둘레길 관광 신청을 받고 있지만 15일까지 B코스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전망대를 오가는 코스로 그간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돼 관광이 불가능했었던 곳으로 천혜의 자연보고로서 휴전 이후 들어갈 수 없었던 지대를 개방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망 또한 크다.

산불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성이지만 평화지역의 상징인 고성으로의 여행이 또 다른 기부라 생각하시고 고성을 방문해 주시는 것이 지역 주민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부처의 세미나, 각종 행사가 고성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27일 개방하는 '고성 DMZ 평화둘레길' 방문은 물론이고 산불 피해지역에 기부하는 마음을 여행으로 찾아주는 것이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을 살리고 피해 주민을 위로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이재민은 물론 관광객 감소로 지역경기가 크게 위축돼 있는 군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필요한 지금 고성으로의 여행이 자칫 '미안함이나 사치(?)'가 아닌 진정 아름다운 기부라는 것을 생각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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