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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대청봉]대통령 약속이행 정부 나설 때

이규호 서울취재팀장

고성과 속초, 강릉·동해에서 지난 4일 산불이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인 5일 고성과 속초를 직접 방문했다. 이날은 경남 봉하마을에서 식목행사가 계획돼 있었지만, 대통령은 이를 전격 취소하고 산불 피해현장을 찾은 것이다. 특히 당시 산불 피해현장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상주하고 있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피해현장을 방문했던 터라 대통령의 방문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16일에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있었기에 '산불 피해 초기에 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직접 챙김으로써 정부부처의 발 빠른 대처를 독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황보고를 받은 후 피해지역을 직접 찾아 주민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러분은 건강만 잘 챙겨라. 복구는 정부와 강원도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것도 1~2명의 피해 주민이 아닌 여러 명을 만나 이같이 약속했다. 피해 주민들은 이 같은 대통령의 약속에 울먹였다. 이번 산불로 마을이 초토화된 속초 장천마을 주민들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대통령에게 감사의 박수까지 보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 빠른 행보와 약속은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상승까지 이끌었다.

여야 정당의 대표들도 피해현장을 찾아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모처럼 대통령과 여야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나 산불이 발생하고 대통령이 다녀간 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피해현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제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지역에는 수산물 가공업체 등 중소 규모 시설과 점포 등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상공인들은 생활터전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저금리 융자, 대출금 상환 연기 뿐이다. 다시 생활터전을 일구려면 수억원의 빚더미에 앉아 파산 우려가 크다. 이들의 파산은 산불 피해지역 경제의 기반을 흔들 수밖에 없다. 산불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이 동해안에서 발생한 만큼 피해지역에서의 토사 유출로 인한 연안어장 파괴 가능성도 높다. 연안어장 황폐화는 이제 막 회복 기미를 보이는 동해안지역 관광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4년 전 양양산불 당시에도 이같은 2차 피해로 인한 지역경제가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정부와 국회는 대통령과 각 당 대표들이 피해 주민들의 손을 잡고 한 약속이 지켜지도록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재해 지원법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융자가 아닌 실질적 자금을 지원한 뒤 발화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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