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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무책임이 빚어낸 공무원 일탈

유학렬 부국장·삼척주재

삼척시청 공무원들의 잇단 일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새벽녘에 인근 지역 공장 시설을 찾아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과 다툼을 벌여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업무 협조 과정에서 감정이 폭발해 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후배 공무원에게 달려가 폭력을 행사해 사건 처리가 됐다. 또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자 측정을 거부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혀 공직자로서 체면을 구겼고, 지역사업자와 유착 의혹을 받는 시청 직원 네다섯명에 대해 사법기관이 집단 실태 파악 요청을 받았다는 등 불편한 얘기들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간부공무원 자녀가 지역 대규모 개발 사업체에 취업했는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참으로 다양한 유형이다. 공직자들의 행태에 대한 잡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한 대책과 해법은 늘 있어 왔지만 크건 작건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에게 유혹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시청 공무원들의 일탈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김양호 시장의 리더십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시장이 너무 너그럽고, 관대하다.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간다. 그러니 공무원들의 나사가 다 풀어졌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해 보인다. 시장이 카리스마를 갖고 스파르타식의 강력한 조직 관리를 하면 공무원들이 '나사 풀린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더더욱이 '너그러운 시장의 리더십'이 공직기강을 해이하게 한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다.

민주 시민이자 자율적 인격체라면 시장의 리더십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시장의 눈치나 보고 이럴까 저럴까 결정하는 공무원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사고'를 칠 부류에 불과한 것이다. 김양호 삼척시장의 포용적·관용적 조직 관리는 뒷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수준 높은 리더의 자질'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각자가 책임 있는 조직의 중심이 될 때 일탈행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경거망동은 무책임에서 비롯된다.

엉뚱한 원인을 찾을 때가 아니다. 진단을 올바로 해야 말끔하게 고칠 수 있다. 일탈행위가 적발된 공직자는 시스템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 실태를 엄밀히 파악해 정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주변 동료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동을 삼가고 자중한다.

필요에 따라 재기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처방은 신속해야 한다. 공직자의 일탈은 곧 시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자신이 저지른 뒷정리를 하느라 해당 공무원은 그 만큼 업무에 소홀해지고 처리 결과에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민원인이나 동료들은 당사자에게 말을 아끼게 되고 서서히 소통이 단절된다.

'관대한 시장'과 '진정한 공복(公服)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숙한 공무원으로 하루빨리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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