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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남에게 하는 조언을 왜 자신에게 못 하나”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저명한 문인이나 철학자 중에도 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설파하거나 감동적인 조언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와 상반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애적인 존재다. 지금 이 순간의 나만큼 세상에서 중요한 사람은 없다. 우리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것은 자신은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이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남에게 하듯이 내게 조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자신에게도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역시 그냥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일반적이면서 특수하다. 내게 생긴 문제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그것이 바로 내게 일어났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특수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내가 가진 콤플렉스다. 일반적인 문제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내 콤플렉스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다.

자신이나 가족 또는 절친과 같이 관계가 깊어질수록 특별한 기대나 개인적 욕망이 강하게 작용한다. 다른 사람의 문제는 내 편에서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그 문제를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으나 내 문제에는 감정이 작용한다. 감정적이 될수록 우리의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도 그에 비례해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곧 생각이 감정에 영향을 주고 감정 역시 생각에 똑같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 합리적인 조언을 할 수는 없다. 특정한 상황에 알맞은 조언은 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같은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런 뜻에서 나의 특수성을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적 성숙의 또 다른 면인지도 모른다. 나도 남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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