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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정확성 선행 필수

해석시 오용 발생

활용 세심한 주의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업무특성상 다양한 통계를 필요로 한다. 필자 역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은행에서 일하면서 여러 통계를 활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마다 통계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통계를 수시로 이용은 했으나 통계 자체가 본연의 직무가 아니다 보니 통계의 본질이나 이면에 내재돼 있는 의미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그 원인으로 여겨진다.

그러던 중 10여년 전 우연찮게 한 방송사의 '세상을 움직이는 숫자의 과학, 통계'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통계의 한계에 대한 폭넓은 국제적인 논의와 함께 통계가 우리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상당히 생소하면서도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본격적으로 통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통계의 이중성을 얘기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알다시피 통계는 현상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본요소라는 점에서 정확성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확한 통계라 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왜곡이나 자의적·편향적 해석, 이해 부족에 따른 오용이 발생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의사결정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훌륭한 의사라도 환자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통계 해석상의 부적절한 사례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어 보고자 한다.

우선 '예대율'이다. 예대율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로, 강원도의 경우 2016년 큰 폭으로 하락해 전국 평균보다 낮은 70% 안팎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대율 하락이 지역은행이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나 실상은 2016년 원주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공공예금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다.

수출과 수입의 차(差)를 나타내는 '상품수지'에 대한 해석도 주의가 요구된다. 강원도의 상품수지는 2014년을 기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돼 올 9월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적자의 주요 원인이 같은 해 삼척 가스기지 건설로 인한 천연가스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된 느낌이다. 강원도 총 수입액의 절반가량이 천연가스인데 이를 제외하면 상품수지는 대체로 균형기조다.

'지역소득 역외유출'에 관한 통계 역시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지역소득 역외유출은 쉽게 말해 도민(기업)이 다른 시·도에서 벌어들인 소득(임금, 영업이익)보다 외지인(기업)이 도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더 큰 상황을 말한다. 이는 본사를 서울에 둔 대기업 공장이 밀집된 지역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통계 이름이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이 나오지만 지역민에게 돌아갈 소득이 유출되는 것이 아니며 기업 유치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민이 타 시·도에서 소비활동을 함으로써 지출되는 '지역소비자금 역외유출'과의 혼선에서 비롯된 문제로 생각된다.

통계는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이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유용한 정보가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통계 이용에 있어 그 특성과 한계, 용도 등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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