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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대경]어르신 복지와 과감한 투자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 대변인

외국에 거주했던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선진국의 경우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노년층 삶의 수준이 별다른 차이가 없고 어르신들이 더 멋지게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인구 5,000만명,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건설한 대한민국 어르신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등 각종 통계는 한국사회에서의 노년 생활이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00세 시대를 얘기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은 평균 15~20년을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지내다가 떠나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이분들의 땀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훌륭한 나라를 건설한 어르신들 덕택으로, 산업화를 이룬 부모 세대 덕택으로 행복하게 공부했고 나라사랑의 방법도 익혔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기대수명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가'로 옮겨 가야 한다.

노년의 삶이 불안정하게 된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이분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쟁과 가난을 경험하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거쳐 다시 전 세계적인 경제수축기를 맞이하고 있다. 개인도 급변하는 사회정세 속에서 스스로 노년의 삶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고 국가 역시 그저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복지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재정 건전성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초노령연금이나 장기요양보험 등 기존의 복지 혜택의 추가 확대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해 노인빈곤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의료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노인보건의료복지센터를 설치해 예방과 진단, 재활, 지역사회 관리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의료와 복지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어르신들의 노후 건강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르신복지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지방정부에 더 많은 인센티브와 지방교부세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국에는 3,000여 곳이 넘는 은퇴자 마을이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노령인구의 증가로 사람들은 대도시의 복잡한 생활을 벗어난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있다. 은퇴자 마을 조성에 지방정부가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중앙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년제도의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퇴직 후에는 1~2년 교육과 재충전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하고 재취업 전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자신이 가졌던 직업의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은퇴자들에게 제공해야 성취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가 좋은 사회가 아니라 주민 모두가 노후에 대한 불안이 없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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