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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종홍칼럼]문 대통령의 `함께 잘사는 시대', 강원도부터 살려야

논설위원

대선 강원도 공약(公約) 대부분 공약(空約)에 그쳐

현 정부 제천~삼척 ITX철도 건설 조기 추진 등 감감

2년 반 지역 현안 외면에 도민 삶의 질 더 낮아져

“쌀 수입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반드시 막겠다.” 제14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92년 11월21일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가 충주, 제천 등 충북지역 유세에서 한 공약이다. 당시에는 쌀개방 불가론자는 '애국자', 불가피론자는 '매국노'로 몰렸다. 농민표를 얻으려면 '직'을 걸 수밖에 없었다. 김영삼 후보는 이 약속으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한 지 10개월도 되지 않은 12월9일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을 속인 공약(空約)이었다.

역대 대선에서 당선자들이 제시했던 강원도 공약도 마찬가지다. 2016년 확정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무려 5명의 대통령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청사진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먼저 내놨다. 도내 북부권의 영서와 영동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며 표를 호소했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도 똑같이 약속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0년을 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도 경제성에 발목이 잡혀 외면받았다. 결국 6번째로 대선공약을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실현됐다.

중앙고속도 철원 연장 진척 없어

원주~강릉 복선전철도 마찬가지다. 첫 공약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했지만 추진은 2010년 6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열기가 고조되자 여론에 등을 떠밀려 확정됐다. 1992년 14대 대선 때는 설악산~금강산 연계개발, 민통선 신국민관광단지 조성, 남북고속도로 건설, 중앙고속도로 철원 연장 등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그때뿐이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양구~인제~정선~태백 간 태백고속도로, 화천~양구~고성 간 통일관광고속도로, 서해~태백~영월~정선~동해 간 강원남부고속도로, 금강산선 경원선 복원 등의 장밋빛 공약을 내놨으나 사문화되거나 백지화됐다.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대통령도 도민들에게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도리어 정부를 앞세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그렇게 주어진 임기를 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지원·시설 사후관리, 군 해안경계시설 과학화 및 동해안 경계 철책 단계적 철거, 원주 부론산단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적극 지원, 태백·영월·정선·삼척 등 폐광지역 특화산업 육성,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춘천 레고랜드 연계 스마트토이 도시 조성, 동해고속도로 통행요금 무료화, 제천∼삼척 ITX철도 건설 조기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약속했던 강원도 공약 8개다. 5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지만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동해고속도로 통행요금 무료화, 제천∼삼척 ITX철도 건설 조기 추진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공약 사업도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형식에만 집착한 듯 결코 성에 차지 않는 상황이다.

강원도 현안은 대한민국 현안

그 사이 도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졌다. 각종 지역 현안은 외면받고 부대 해체로 지역사회의 소멸 위기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수출 감소에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지역경제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하면서 “'잘 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기 위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아 왔습니다”라고 밝혔다. 과연 도민들이 이 같은 자평에 동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 평가는 선거에 의해, 역사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함께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못사는 나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수십년 된 강원도의 현안은 곧 대한민국의 현안이기도 하다. 단순한 표의 논리가 아닌 국가 발전과 미래를 지향하는 가능성의 정치가 필요하다. 강원도를 살려야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부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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