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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주목되는 춘천의 도시브랜드

이은실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춘천의 도시 브랜드가 새롭게 탄생했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 자체가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관광과 지역 상품의 이미지 제고,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도시 브랜딩의 과정이다. 그러나 도시를 상품화하는 마케팅만이 도시 브랜드의 목적은 아니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 외부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 또한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한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건물과 거리, 땅과 물이 있는 물리적 공간일 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계 도시다. 도시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990년대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되면서 도시 브랜드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의 브랜드 로고는 대부분 산과 강이 빠짐없이 들어가면서 서로 비슷비슷한 모습이 되고 말았는데 이렇게 이것저것을 표현하다보면 뚜렷한 차별화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만을 내세우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세계적인 도시들은 최근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도시 브랜딩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상징 마크로 집약되는 기존의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달리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는 표현되는 매체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덴티티 디자인 방식이다.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는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끊임없이 콘텐츠를 확장시켜 새로움을 잃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시대를 앞서 가는 새로운 디자인 기법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얼마 전 발표된 서울의 도시 브랜드 I.Seoul.U 역시 플렉시블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개발됐지만, 춘천의 경우 디자인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설명회를 4회나 개최하고 브랜드 개발 과정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시민의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하는 등 유난스러울 정도로 개발 과정을 철저히 해 보다 명확하고 견고한 플렉시블 아이덴티티 디자인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춘천의 도시 브랜드는 국내 도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롭게 탄생한 춘천의 도시 브랜드는 이제까지의 국내 도시 브랜드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을 보여준다. 시민을 주인으로 하는 브랜드 가치가 하트 형태로 표현돼 있는 'C' 형태의 로고는 무수히 많은 춘천의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틀의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면서도 춘천이 가진 자연환경, 문화자원, 산업은 물론 시정 방향 등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면서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도시 브랜드는 그 자체로 당당해야 한다. 강렬한 이미지로 주목받으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서는 새롭고 낯선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조차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춘천의 도시 브랜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춘천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에서 더 나아가 뛰어난 아이덴티티 디자인 때문에 춘천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춘천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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