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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칼럼 신호등]민선 체육회장 출범 걱정 반 기대 반

김지원 문화체육부

회장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강원체육 발전을 위해 새로운 수장으로 3년 동안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양희구 강원도체육회장님의 앞날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취임 이후 다양한 행보도 눈에 띄더군요. 많은 분의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쁘고 기대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걱정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16일 취임식 현장에서 불현듯 느낀 감정 때문입니다. 제 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리에서 저는 '화합'보다는 편가르기가 시작됐다는 알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회장님과 경쟁했던 두 후보의 연고지에서 당선된 새로운 체육회장들의 모습은 볼 수 없더군요. 반면에 회장님의 고향 지역 신임 회장을 비롯해 8개 시·군 체육회장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축하를 했습니다.

강원도 내 실업팀 감독들 역시 본인들의 지역과 종목을 알리고자 얼굴도장 찍기에 분주한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 로비에 놓인 화환을 보고 “여기에 화환이 없는 시·군이나 종목단체는 시작부터 찍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걱정이 됩니다. 의외로 선거 후유증이 깊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이런 제 우려가 침소봉대(針小棒大)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게 그을린 사과 반쪽의 단면을 보고 썩었다고 판단해 지갑을 닫는 것이 구매자의 권리인 것처럼 체육인들이, 나아가 도민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작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신임 회장님께서도 가장 먼저 보듬고 풀어 나가야 할 사안이 바로 이 부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산'입니다. 당연히 파악하셨겠지만 강원도체육회의 1년 예산 중 84.5%는 지방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체수입은 1억7,000만여원으로 0.8%에 불과합니다. 체육회가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회장만 민간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선거 과정에서도 예산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 선거 과정에서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확충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했던 약속, 여전히 해결하실 자신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회장님이 당선되신 이후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예산이 아니라 조직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재 회장님은 강원도체육회의 체육행정이 1990년대 구시대적 제도와 행정을 답습하고 있어 연구용역을 통해 조직을 진단하고 개편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공약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계십니다. 당연히 공약은 지켜야지요. 하지만 그보다 강원도체육회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차게 내걸었던 회장님의 15가지 공약은 그 현실 속에서 녹여내야 합니다. 공약이었다는 것이 더 이상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화려한 왕관의 무게'를 견디시리라 믿습니다. 수많은 시선이 초대 민선 체육회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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