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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모두 `세시봉'을 외치자

이돈섭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회장

'세시봉(C'est Si Bon)'. 프랑스어로 '훌륭하다, 멋지다'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우리 세대에겐 송창식을 필두로 하는 옛 통기타 가수들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화음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 전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전달될 긴급구호품을 포장하는 활동에서 봉사원들이 '세시봉'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봤다.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으니 '세상이 시끄러워도(고통과 고난이 닥쳐와도) 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구호를 정했다고 한다.

강원적십자사 회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놀란 것은 큰 재난도 많이 발생하지만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강원도민과 봉사원이 순식간에 등장해 함께 재난을 빠르게 극복한다는 것이다. 올 2월 마지막 눈발이 날리는 날 '코로나19로 수고하시고 의료 및 봉사하시는 모든 분께 작은 마음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30만원이 들어 있는 흰 봉투를 주고 가신 백발이 성성하신 90세 어르신, 음료수와 건강보조제 및 크고 작은 기부금품을 기부해 주시는 강원의 여러 도민분, 본인의 생업도 미뤄 놓고 봉사원분들과 함께 자가격리자를 위한 긴급생필품 세트를 제작하고 전달하는 지구협의회 회장님들, 봉사 현장만 오면 아픈 몸도 씻은 듯이 낫는다는 봉사원님들, 이러한 도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원들의 헌신으로 강원적십자사는 재난구호전문기관으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강원적십자사는 2월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즉각적으로 긴급재난구호대책본부를 운영, 우선적으로 결연세대를 맺고 있는 633세대에 유선전화로 건강상담을 실시하고 비축 중이었던 감염병 대응 긴급구호품 세트를 강원도 내 지역에 전달했다. 특히 코로나가 확산될 것을 우려, 자가격리자 및 재난 취약계층을 위한 비상식량, 마스크, 손세정제 등이 포함된 긴급생필품세트 600세트를 선제적으로 제작하고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 삼척시에 즉각적으로 전달, 코로나19에 대응한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평소 후원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희망나눔가게'를 이용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는 말처럼 가장 고차원적인 기쁨을 위해 기부에 함께하길 조심스레 권해 본다.

미국의 생리학 박사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에서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강원도는 동해안 산불, 태풍 미탁, 폭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많은 대형 재해를 겪고 또 극복한 경험이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 도민은 그 어느 지역보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우수한 DNA와 정신, 마음가짐이 갖춰져 있다고 본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 또한 '세시봉'을 외치는 봉사원의 마음처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 서로의 힘을 모아 극복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언론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고 계시는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또한 이 시기에 우리는 사회적 거리로 인한 거리감보다 심리적 거리를 더 가깝게 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응원도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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