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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대경]위기가 안겨준 긍정마인드

김영모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봄이다. 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세상에 봄은 왔지만 온 세계가 코로나19와의 총성 없는 전쟁 때문에 마음은 시베리아 강추위보다 더한 겨울이다.

가깝게 지내는 것이 미덕이었던 전통사회가 물리적 거리 2m 이상을 건강거리로 규정하고 그만큼 떨어져서 이야기하고 악수는 주먹치기, 발치기, 눈웃음으로 바뀌고 지친 몸을 이끌고 선술집에 모여 떠들썩 소통하던 모습이 싹 사라졌다. 직장에서는 부서원 회식도 공식적인 업무였는데 퇴근 후에 간단한 저녁식사를 함께하자는 약속은 고사하고 마주 앉아 얼굴 보면서 점심식사조차 같이 못 한다.

이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코로나19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배려다. 아무도 섭섭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정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는 일부의 태도가 문제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업무 여건을 고려해 직원의 30%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시차출퇴근제와 점심시간 시차 운영을 통해 사무공간을 확대하고 체력단련장 폐쇄, 종교활동 잠정 중단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활동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또한 주 1회 주기적으로 청사 내부 정밀소독을 실시하고 직원의 활동이 많은 본관과 산책로, 청사 진입로는 드론을 띄워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자, 그럼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자. 먼저 가정적으로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레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다주고 자녀와 대화시간도 늘려줘 단란한 가정을 선물로 줬다.

업무에 있어서는 재택근무와 전화 통화, 화상회의를 활성화해 스마트워크를 한발 앞당겨 줬고 두 차례 개학을 연기해 자녀 돌봄이 걱정이었던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 키우는 걱정을 없애줬으며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하는 비대면 보고는 기본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또한 같이 쓰는 공간에서는 나부터 개인위생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손 씻기가 당연시됐고 컵이나 식기는 개인물품을 사용함으로써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다. 사무실 청결 유지를 위해 다 같이 청소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며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서로 간의 배려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우리 국민은 참 위대하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위기가 닥치면 '너와 나'라는 객체에서 '우리'라는 단체로 변한다. 일제강점기 때는 목숨 걸고 나라를 구했고, IMF 때는 금목걸이를 내다 팔면서 나라를 구했으며, 지금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자 서로 마스크를 양보하며 또다시 나라를 구하고 있다.

'해납백천(海納百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이른다. 작금의 상황이 국가적 위기인 만큼 공직자로서 남을 탓하기 이전에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솔선수범 동참해 코로나19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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