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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희망으로 아이 키우는 철원

이현종 철원군수

자신의 아이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울컥함과 동시에 세상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던 그때를….

요즘은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우리 군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더군다나 국방개혁 2.0에 따라 군부대의 이전 배치 등으로 급격히 군인 수가 감소하며 인구 절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응애응애~' 하는 아이 울음소리가 이처럼 소중했던 적이 없는 요즘이다.

하지만 올 6월 우리 군에서 희망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역 산모의 원활한 분만을 위해 우리 군은 22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올 5월부터 철원병원 산부인과의 24시간 분만체계를 갖춰 운영 중인데, 첫 아기가 탄생한 것이다. 철원병원 산부인과는 최신 정밀 초음파 및 인큐베이터 등의 의료장비를 설치했고 야간 당직제도를 운영해 우리 지역 산모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또 우리 군은 50억여원을 들여 한수이북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철원군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지역 산모들 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지역 산모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총 10개실이 운영되는 산후조리원은 인근 경기지역의 산후조리원보다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하고 신생아의 건강을 관찰할 수 있는 감염관리시스템과 화상카메라를 이용한 가족면회시스템이 구축돼 산모와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는 2017년 철원군 저출산 종합대책을 수립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 추진된 소중한 결과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불편한 임신·출산 환경과 교육비 부담 등 크게 2가지가 제시됐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신설, 공공산후조리원 개원,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군은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인재육성과를 설치하고 교육지원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고교 무상교육과 교복지원사업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부모의 교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철원장학회를 통해 장학사업도 확대했다. 군민 자녀 중 대학생 전체에게 생활장학금으로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대학생들의 거주비 부담 경감을 위해 철원학사도 건립했다. 지역에서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어교육을 위해 초등학생 국내 영어캠프, 중학생 호주 현지 영어캠프, 고교생 미국 하버드 현지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 운영하는 등 여느 지자체보다 더욱 정성을 들여 글로벌 교육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철원군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1.538명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평균 0.977명, 강원도 평균 1.067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역설적으로 신뢰에 기반한 마을공동체는 빠르게 붕괴됐다. 품앗이 협동사회에서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모하고 말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 심지어 이웃까지 함께 아이를 키웠던 육아의 책임이 고스란히 부모에게로 주어져야 했다. 우리 군은 이 부담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눠 짊어지고 가려 한다. 아이를 낳으면서 느꼈던 행복 이외에 막연했던 두려움과 고통, 경제적 부담은 지역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만 이제는 온 마을과 더불어 온 국가가 모두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이현종 철원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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