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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요시그널]삼복(三伏)과 양구수박

김규호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날씨에 민감한 수박

장마 끝날기미 없어

제값 못받을까 근심

필자가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지금도 삼복 중에는 닭과 수박의 소비가 많다. 냉장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는 큰 대야에 수박을 담가 뒀다가 쪼개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더위를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철 허한 몸을 다스릴 뜨끈한 삼계탕에 시원한 과즙으로 갈증을 달랠 달콤한 수박만큼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 없었다. 그런 수박이 요즘 심상찮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지만 과일은 특히 날씨에 민감하다. 과일은 품질과 소비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요즘 출하를 해야 할 양구 수박농가들은 근심이다. 양구수박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출하를 하며, 혹서기 여름휴가에 맞춰져 있다. 양구수박은 수도권 농산물 경매시장에서 항상 최고가를 유지해 왔다. 적절한 수분의 양과 12브릭스(100g의 물에 녹아 있는 사탕수수 설탕의 g수) 이상의 높은 당도는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여겨 왔다. 13~14브릭스에 12㎏ 정도의 수박이라면 최고의 상품인 것이다.

수박의 유통은 농산물 경매시장을 통한 거래 방식과 포전상이라 불리는 산지유통인들의 산지에서의 선 수매계약으로 이뤄진다. 이 두 가지는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다. 경매시장을 거치는 경우는 당도도 중요하지만 출하 시기의 날씨가 경락가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포전상이라 불리는 산지유통인들의 산지에서의 선 구매계약은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유통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지유통인들은 출하 날짜와 생산량을 못 박아 계약을 하지만 올해와 같이 7월 하순의 날씨가 안 좋아 경매시장에서의 경락가가 낮으면 물량을 내놓지 않고 미루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고 이는 잔금 수령에도 문제가 생겨 농민들이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수박은 수확을 해야 할 시기가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온갖 정성을 다 들여 키워 놓은 최고의 수박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 양구수박은 159㏊ 면적에 264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매년 장마철을 전후해 출하를 하기 때문에 당도 유지에도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출하 시기의 날씨에도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늘만 바라보면서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강원도는 올해 국내 전체 외국인 계절근로자 4,797명의 절반에 가까운 2,173명을 법무부로부터 배정받았지만, 이 중 단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농촌인력의 부족으로 군민들까지 농촌 봉사활동에 나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확을 기다리는 농가들은 이제 농산물 가격 형성에 일희일비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농촌의 현실을 아는 학자들은 “최저임금처럼 낙찰가격 하한선을 정하고 경매를 시작한다든지, 경매 과정에서 값이 터무니없이 떨어졌을 때 이를 보전할 보험을 만드는 등 생산자 이익을 보호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농민들은 최고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고대한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양구수박의 품질의 우수성과 이를 인정한 그 간의 농산물 거래시장에서의 최고가 유지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그간 경험하지 못한 일기의 불순으로 양구수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복과 중복이 지나고 이제 말복을 남기고 있다. 여름다운 날씨가 이어져 최고의 양구수박이 국민을 찾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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