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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규제에 숨 쉴 틈 없는 中企

박승균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중소기업회장

지난해 중소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매출이 60.3% 감소했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충격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방역과 비대면, 디지털의 일상화로 관련기업의 매출이 급증했고,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한 기업도 많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또 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관공서 공휴일 확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등 중소기업과 입장 차이를 보이는 법안이나 정책이 논란이 되면서 이제는 성공한 기업도 주저앉을 판이다.

이 중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크고 작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상해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사회적 이슈로 반복돼 나타나면서 산재를 예방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엄중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취지라고 하지만 해당 법률이 입법이 될 경우 중소기업 오너에게는 사업하지 말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부여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일선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계도기간에 맞춰 준비를 마친 업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구인난에 추가비용 부담 등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관공서 공휴일 확대의 경우도 큰 부담이다. 그동안 취업 규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휴일 적용을 해 왔는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이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유급휴일로 변경됨에 따라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인건비 부담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도 중소기업에 또 다른 애로사항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 등 탄소중립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부 업종의 경우 설비 자체의 특성이나 발주 패턴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따라 당장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이나 입법 논의는 여러 가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나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특히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해당하는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13년에 걸친 논의 후 제정되었듯이 이해당사자 간에 제대로 된 논의가 선행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정책이 마련되거나 입법이 이뤄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의 경영의욕을 저하시키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입법이나 정책 마련은 다시 한번 재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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