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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he 초점]지방자치 30년 앞으로 가야 할 먼 길

홍형득 한국정책학회장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정부 자치권

충분히 보장 않고

수직적 관계 여전

우리나라 지방자치 30년은 1991년 지방의회 선거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기준으로 한다. 그동안 관치행정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자치의 외형적인 모습과 제도적인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으로 1988년 개정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의 제도적 기반이 향상됐다. 주민참여와 시민의식의 성장, 지역소멸 위기 등 지방행정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지방자치를 새롭게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법개정만으로 지방자치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두 바퀴로 굴러간다. 주민자치가 앞바퀴로 선도하게 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보충성의 원리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 반대로 맞춰져 있다. 단체자치는 프랑스·독일 등 대륙에서 발달해 온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와의 관계 속에서의 자치를 의미한다. 반면 영미에서 발달된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자치는 주민이 갖는 자연법상의 권리로서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공적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민의 자율적인 참여 속에 자치의 의미를 찾고 있다. 여기서 민주적 지방분권 사상이 발달했다.

우리는 그동안 주민자치를 위한 논의와 기반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 왔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풀뿌리 주민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취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도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진정한 자치로의 길이 멀게 느껴진다.

우선은 자치입법권의 제한으로 제22조에서 지방에서 조례 제정 관련 법령의 근거가 없는 자치사무가 있을 수 있음에도 조례 제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으로 자치입법권의 확대를 막고 있다. 또 자치조직권에 대한 규제로 110조에 부단체장 직위를 둘 수 있도록 자율화했으나 대통령령을 따르도록 규제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지도감독이 강화된 조항도 있다. 지방정부의 사무가 위법일 경우 시·도지사가 해당 시·군이나 자치구에 시정명령을 하지 않으면 주무장관이 개입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 그것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인 주민자치는 단체자치보다 더 허허벌판에 서 있다. 주민자치는 누구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권리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자치를 단체자치만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경우 목적 규정에 '주민자치'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과정에 주민참여권을 신설한 점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정부안에 포함됐던 주민자치회 본격 실시 관련 조항은 개정안에서 제외돼 미완성인 상태로 두고 있다.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주민자치 관련 법령이 통합돼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민자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헌법에 담고 지방자치법에도 주민자치 관련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보충성의 원칙과 상향식 민주주의 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민자치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재정적인 지원, 지원기구의 설치, 권한과 책임부여 등에 관한 사항들이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법과 제도적 기반과 함께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지방에서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역량의 육성을 통한 주민자치 실질화 노력 등이 무늬만의 자치가 아닌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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