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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코로나 이후 스포츠 방향

손호성 강릉시체육회장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바꾸고 있다. 서력(西曆)이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나뉘듯 앞으로 세상은 BC(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D(After Disease·대질병 이후)로 나뉘게 될 것 같다. 코로나19 종식이 언제가 될 것인지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그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더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포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게 된다. 스포츠는 코로나로 인해 가장 균열이 컸던 분야다.

스포츠 역사를 바꾼 혁신 사례 중에 크게 회자되는 게 '한계'라는 단어를 깬 '로저 베니스터' 선구안이다. 처음으로 1마일(1.6㎞) 4분의 벽을 깬 선수가 로저 베니스터다. 1954년까지 육상계에서는 1마일(1.6㎞)을 4분 안에 뛰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1956년 5월6일 그가 400m 트랙 네 바퀴를 3분59초4에 주파하기 전까지 4분은 인간이 깰 수 없는 기록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당시 옥스포드 의대생이었던 베니스터는 치밀한 연구, 체계적인 훈련으로 그 벽을 통쾌하게 깨 버렸다. 놀랍게도 그 후 두 달 만에 10명이 4분 안에 들어왔고 그 수는 2년 만에 300명으로 늘어났다. 로저 베니스터는 1마일을 4분 내에 주파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나의 심폐기능이 1마일을 4분 내에 주파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나 자신이 1마일을 4분 내에 주파하지 못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스포츠의 혁신 사례로는 '미니멀리즘'이 큰 흐름을 타고 있다. 모든 종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장비, 경기시간, 규칙, 인원, 경기장이 줄어들고 있다. 3×3농구가 올림픽 종목이 됐고, 92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럭비도 전통적인 15인제가 아닌 7인제를 선택했다. 대한축구협회 주관 초등부 대회는 8인제로 한다. 과거 올림픽 종목이 원시시대 수렵과 생존에서 유래한 달리기, 던지기 등 하드파워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주였다면, 이제는 브레이크댄스, 스키점프, 클라이밍 등 소프트파워로 자웅을 겨루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스포츠 혁신 전도사, 김도균 교수의 말도 떠오른다. “공이 멈추면 경기도 멈춥니다. 코로나는 공이 멈춘 겁니다. 공이 다시 굴러가게 해야 하는데, 여기서 공(共)은 공익·공생·공존·공유의 개념입니다. 다 함께 건강하게 살고, 욕심을 조금만 덜고, 가진 것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코로나는 고민하게 해 줬습니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듯 스포츠에도 온도가 있다. 취미로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국가대표가 되고, 매일 성실하게 생활체육을 했는데 결국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초개인화 시대에 스포츠는 더 고급스럽게 바뀌고, 체육의 온도를 높이고, 친밀성과 접근성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포츠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지자체)는 스포츠의 긍정 온도를 더욱 높이고, 기업은 시혜 아닌 투자를, 개인은 건강의 소중함을 실천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베니스터의 기적으로 나의 한계를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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